나는 심플하다

 

이 말은 내가 항상 되풀이 내세우고 있는

나의 단골말 가운데 한마디지만

또 한번 이말을 큰소리로 외쳐보고 싶다.

"나는 깨끗이 살려고 고집하고있다."

 

장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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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쁜하루 2007-04-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욱진님의 그림과 글을 저도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 - 개정 증보판
박용남 지음 / 녹색평론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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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 친구와 함께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교통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이 서울의 도시교통을 완전히 싹 바꾸어 놓은 사례가 있기에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었지요. 저는 자가 운전자이기에 도로도 좁은데 버스 전용차선이 만들어지는 바람에 더욱 불편하다고 했고, 노원 상계동 쪽에 사는 친구는 미아 쪽은 도로가 좁아 늘 차가 꽉꽉 막히던 곳이었는데 버스전용차선제 덕분에 아침 시간 막히지 않고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며 서민들에게는 아주 편리한 교통 체계라는 말을 했습니다. 또한 덧붙여 버스에 손님이 없어 다 죽어가고 있었는데 요즘 아침, 저녁의 풍경을 보면 버스에 사람들이 아주 꽉 들어차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너무 나 중심적으로만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에 숙연해지기까지 하더군요.
 

얼마 후 과제를 위해 이 책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샀습니다. 태어나 처음 듣는 도시 이름이었고 대체 어느 나라에 있는 도시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일본인가? 스페인인가? 1장을 읽고, 2장, 3장을 넘기면서 우리나라 서울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버스전용차선제 및 색으로 표시한 버스의 구분, 환승제도 등이 바로 이곳에서 온 것임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개발도상국쯤으로 알고 있던 브라질의 한 도시에서 이런 꿈의 도시를 만들고 있는 줄은 정말 까맣게 몰랐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만화에서 보았던 것 처럼 기계의 엄청난 발전과 환경의 무분별한 파괴로 인해 멸망한 지구에 유리돔같은 것으로 둘러싼 인공 도시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도시를 만드는데 있어서 중심 사상이 어디까지나 '인간과 환경'에게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돈이 많아서 시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도시 계획이라는 것이 감동스러웠습니다.

 

꾸리찌바의 도시계획은 네 가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는데, 즉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변화와 문화적 변화가 그것입니다. 1장에 이 네가지 혁명이 간단하게 요약되어 있고 3장부터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지은이 박용남은 끊임없이 [지속성]에 대해서 강조하는데 이 부분에서 참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처음 도시계획을 시작할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큰 줄기를 가지고 시장(mayor)들의 개인적 특성과 민족적 개성 등을 잘 살려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철만 되면 공약이 바뀌고 도시 계획이 바뀝니다. 4년의 임기안에 후딱 후딱 일을 처리해내지 않으면 그동안 해왔던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기 일쑤 입니다. 그런면에서 1970년대에 처음 시작한 혁명적 변화가 지금까지 그 맥락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사진과 글들을 보면서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혁명적 변화의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 시작이나 과정을 살펴보면 그다지 파격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특히나 [쓰레기 아닌 쓰레기] 프로그램의 경우는 큰 과학적 기술이나 거대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전시민을 환경지킴이로 만들었으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저소득층 사람들에게는 삶의 질 향상의 기회도 마련해주었습니다. 지은이 박용남은 에필로그를 통해 한없는 부러움과 자기성찰을 표현했고 우리들의(시민 뿐 아니라 도시 계획을 하는 정치가들) 각성을 요구 합니다. 또한 꾸리찌바를 넘어서는 것이 결코 어렵지도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책을 읽으면서 환경도시를 만드는 일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말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이네요.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한번 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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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4-1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티비에서도 꾸리찌바를 소개하더군요. 버스가 어찌나 편리하게 되어있고
교통망도 합리적으로 되어있던지 부럽더군요. 님의 리뷰만큼이나 멋진 도시에요^^

이쁜하루 2007-04-1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님 저도 다른 책을 먼저 선택했던지라 만일 그책이 품절이 아니었다면 이책을 못읽을 뻔했답니다. ^^ 기회되면 꼭 읽어보세요~~
혜경님 티비에서 꾸리찌바가 나왔군요. 전 이 책을 읽기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했었답니다. 그 프로그램 한번 보고 싶네요 그러면 레포트를 더 잘 쓸 수 있을것 같아서 말이죠 ^^
 
언니가 가출했다 힘찬문고 41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한기상 옮김, 최정인 그림 / 우리교육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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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가출했다]는 우리나라 동화가 아니다.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오스트리아 사람이니까 유럽 동화라고 해야겠지. 그런데 이 동화의 주인공들의 이름을 살짝 은지, 영순 등의 이름으로  바꾸면 우리나라 동화라고 여겨질 만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많이 비슷하다.

주인공 에리카는 재혼 가정에서 살고 있다. 원래 아빠와의 사이에서 언니 일제와 에리카가있고 재혼한 아빠에게서는 동생 둘이 있다. 예쁘고 세상물정에 훤한 언니,  삐걱거리는 분위기가 싫어 숨죽이며 사는 에리카, 아이들을 잘 키워보겠다고 하지만 부모로써의 자격증 시험이 필요할 만큼 무지한 엄마, 그리고 사람좋은 아저씨, 말썽꾸러기 두 동생이 함께 살고 있다. 이야기는 언니가 가출한 시점에서 시작해  돌아온 날로 끝이 난다.  언니가 없는 날동안에 아니 없는 시간 동안에 에리카가 회상을 하며 가출할 때까지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는 식이다.

동화를 읽으면서 난 내 안의 상처들을 끄집어 냈다가 다시 집어 넣기도 하고, 딱지 앉은 상처를 쓰다듬기도 하고, 아직 덜 나은 곪은 부분에선 살짝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론적으로는 에리카나 일제에게 나를 투영하기보다 엄마에게 나를 투영하고 있었다. 언젠가 나는 부모가 될 것이다. 안될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 부모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보고 배운것 없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윽박지르고 때리기나 하는건 아닐까. 아이의 말이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는 있을까.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감싸줄 수는 있을까...

에리카의 엄마는 두번째 결혼이기에 이번엔 실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제대로 아이들을 교육시켜 재혼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잘 크는구나 증명해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에리카의 엄마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잘 몰랐다. 모를 때 묻고 공부하기보다 자신의 방법으로 아이를 다그쳤다. 때리고 윽박지르고 집안에 갇워놓고... 오히려 그것은 더 역효과를 가져와 일제가 가출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부모들은 착각을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여기서 부모란 내 엄마, 아버지가 아닌 자녀를 가진 모든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내 친구도 될 수 있고, 언니, 동생이 될 수 있다. 부모가 되면 지금까지 알지 못하던 것을 마치 다 알게 되는 양 군다는 것이다.  뱃속에 열달동안 아기를 갖고 있었을 뿐,  출산으로 인한 극도의 고통을 겪었을 뿐 그 전과 달라진 건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그러므로 부모가 되기 위해선 부모자격증 시험이라도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부모로써 갖추어야 할 소양, 지혜 이런 것들은 배우고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절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인생은 단 한번이기에 키우면서 시행착오를 겪기에는 아이에게 주는 상처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먼저 인생을 살아온 선배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시간과 노력, 모든 학문을 동원해 일궈놓은 연구의 성과물. 책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것들을 통해서 부모가 되어가야 한다. 진정한 부모말이다.

우리아버지, 어머니 또한 많이 부족한 분들이셨다. 사랑은 했지만 도시를 지향하는 어머니와 안정적인 생활을 지향한 아버지는 많이 달랐고 자식들은 어떻게 되든 말든 우리앞에서 무식하리만치  과격하게 싸워댔고 이혼을 하셨고 우리는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나 5학년, 언니 중학교 2학년, 오빠 고1때의 일이었다. 우리는 모두 사춘기를 겪고 있을 때였고 아직 어렸던 나였지만 그때의 기억들로 인해 지금도 나에게 큰 소리를 치거나 이유도 묻지 않고 싫은 소리를 할때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물부터 나곤 한다.

에리카의 모습은 나의 모습을 닮았다. 밖으로 뛰쳐 나간 일제보다도 그 모든걸 감내하고 있는 쪽의 에리카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성경에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가 살아계심에도 불구하고 유산을 달라하여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다 탕진하고 거지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잔치를 베풀어 받아준 이야기이다. 난 이 이야기에서 동생이 나가있는 동안 불만없이 집안일을 모두 건사했던 큰 형에게 더 마음이 쏠렸다. 큰 형에게는 잔치 한번 베풀어 준적 없으면서... 내게도 불만이 쌓였다. 나는 항상 그래왔다. 참고 견뎠는데 결과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것이었고 파격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내비쳤던 언니 오빠에게는 경계도 관심도 쏠렸다.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내게 너무도 잘해주는 태양님께 그동안 쌓여왔던 화나 악을 막 쏟아붓는다.  무서울정도로 쏟아 붓는다. 그래서 부모가 된다는 것이 겁이 난다. 내 아이에게 쏟아 부을까봐 말이다.

[언니가 가출했다]는 분명 동화다.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동화이고,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그린 동화이다. 그래서 더더욱 부모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할 동화이다. 내 어린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고, 부모된 지금의 나를 바라볼 수도 있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건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건지 고민 할 여지와 시간을 마련해주는 책이다. 내 안의 상처는 이 세상의 이혼한 부모들에게 외친다 "못키울 것 같으면 낳지를 마라!!!"  기대와 행복감 속에서 부모가 되고 싶다. 지금처럼 불안과 두려움속에서가 아닌... 언제쯤 내안의 상처들이 나을까... 이런 책을 읽을때마다 사실 두려움이 더 커진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기도가 되고 준비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진정한 부모되기... 어렵겠지만 허락한다면 열심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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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1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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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하루 2007-04-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려 감사드려요! ^^
 
만국기 소년 창비아동문고 232
유은실 지음, 정성화 그림 / 창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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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인 신현림씨가 "어떻게 시를 읽지 않고 인생의 의미를 알수있을까? 과연 시를 안읽는 사람과 연애 할수 있을까" 라는 말을 했었다. 시는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똑같은 시가 어느날은 내게 위로가 되고 어느날은 슬픔을 가득 안겨준다. 그래서 나는 시를 좋아한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라고 이해할 수 없는 시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시를 사랑한다.

만국기 소년에 실린 이야기 중에 [내 이름은 백석] 이라는 동화가 있다. 일단 첫 장을 넘기면서 내가 백석 시인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우쭐했고,  한줄 한줄 읽어가면서는 이건 동화가 아니라 한편의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작가가 시를 참 사랑하는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올해 4학년이 된 백석은 [대거리 닭집]의 아들이다.  백석의 아버지는 간판 덕분에 [닭대가리] 라는 별명으로 불리운다. 백석의 이름이 외자인 까닭은 [백]이라는 한자가 너무 복잡해서 고생할 생각을 하니까 이름을 두글자로 지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던 백석의 이름이 4학년 담임 선생님으로 인해 특별한 이름이 된다. 선생님은 자신이 시인 백석의 시를 좋아한다며 시인 백석이 천재 시인 이라를 말을 해준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의 꽃 중에서...   역사적인 날이다. 새로운 의미가 붙는 날. 아버지와 아들은 백석 시인의 시집을 한권 사서 시 연구에 들어간다.

사온 책은 아마 이 책인듯 싶다. 시를 읽는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라는 시를 읽어 내려간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탸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燒酒를 마신다
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알응알 울을 것이다

시를 읽는데 자꾸 [나린다] 가 걸린다. 나린다가 아니라 내린다가 아니냐고 묻고  무슨 시인이 내린다도 모르냐며 [나린다]가 나오는 부분마다 [내린다]로 고쳐 읽는다. 나타샤.... 이 여자는 미국여자인지 소련여자인지 러시아 여자인지... 대체 이 시는 뭐 어쩌자고 지은 시인지.... 이러는 사이 건어물 아저씨의 비웃음 섞인 말이 들려오고 아버지는 화가 난다. 그리고 백석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준다.

시는  [의미]를 알 때 그 맛이 더한다. 그저 보이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내용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낼 때 그 오묘하고 담백한 맛에 젖어든다. 첫번째 동화  [내 이름은 백석]은 그 의미를 찾는  작업처럼  보인다.  백석이라는 이름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새로운 의미를 정립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가고, 연구 과정중에 자기 돌아봄의 시간을 갖게 된다. 첫번째 동화가 시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동화라면 두번째 동화 [만국기 소년]은 시의 운율에 대한 동화처럼 느껴졌다. 한켠에서는 나라와 수도가 계속해서 읊여지고 다른 한켠에서는 그 소년에 대한 나의 생각과 일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 두가지는 병렬적으로 나열된다. 내가 말하고 네가 말하고 내가 말하고 네가 말하고... 노래하듯 펼쳐지는 [나라와  수도]는 노래가 되고 눈물이 된다.

유은실의 동화집은 책 뒷편에 써있는 말 그대로 [어른들이 말들어 놓은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슬프고도 환한 이야기] 이다. 슬프지만 환하다. 내이름은 백석의 그 꼬마 백석은 시를 아는 멋진 청년이 될것이고, 만국기 소년의 진수는 세계를 여행하는 멋진 여행가가 될것이고, 맘대로 천원의 나는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고, 선아의 쟁반에 선아는 고집쟁이나 편파적인 사람이 아닌 융통성 있는 아이로 자랄 것이고, 어떤 이모부의 명우는 남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이 되지 않을꺼라는...... 웬지 이런 저런 환함이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나는 실제로 이 동화에 나오는 아이들 만큼이나 슬픈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슬픈 일들 때문에 잘 못된 길을 선택하거나 마음을 나쁘게 먹었다면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슬픔이 환함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길을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자신의 삶에 늘 재미있고 즐거운 의미를 부여하며 행복하게 노래하며 사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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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문화계 이사람을 보라] 2. 화가 정연두씨
입력: 2007년 01월 02일 17:35:05
 
지난해에 미술계에서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사진의 부상’이다. 그런데 이들 사진전에는 사진을 전공한 이들이 촬영한, 전통적인 사진 어법에 충실한 작품보다는 미술을 전공한 이들이 사진을 표현매체의 수단으로 사용한 작품이 더 많았다. 정연두씨(38)는 이러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대표하는 작가 중 단연 선두에 있다. 영국 유학후 귀국해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 채 7년이 안되지만 그가 이룬 성취는 놀랍다.
정연두씨가 최근 작업중인 ‘로케이션’ 시리즈의 슬라이드 필름을 손에 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실과 유사하지만 결코 현존하지 않는 세계의 창조’로 요약되는 그의 작업은 그 의도와 개념이 분명하며 잘 짜여진 구성과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자랑한다. 때문에 종종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수정을 거친 게 아니냐는 오해도 받지만, 같은 이유로 미술품 컬렉터들과 주요 미술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연말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례적으로 주로 중장년 작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획전 ‘올해의 작가’전의 2007년도 작가로 정씨를 선정했다.

-현존하지 않는 현실의 창조자-

한 해에 열대여섯 차례의 전시에 참여할 정도로 바쁜 정씨를 만나 그간의 작업과 올 한 해 계획을 들어봤다. 먼저 5월에 열릴 ‘올해의 작가’전에 대해 작가는 “젊은 작가에게 이런 큰 기회를 준 만큼 회고전보다는 새로운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현재 계속 진행 중인 작업과 새로운 작업을 담아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대학에서 조소를, 영국 유학 당시 순수미술을 전공한 이후 퍼포먼스·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1990년대 후반에는 음식 퍼포먼스를,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춤추는 남녀의 사진으로 벽지를 만들어 붙인 설치작업 ‘보라매 댄스홀’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거나 혹은 현실에 바탕을 두면서도 결코 현존하지 않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누군가의 꿈을 사진으로나마 실현시켜주는 ‘내사랑 지니(2002~ )’, 유치원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원더랜드(2004)’, 영화나 광고 속에서 봤을 법한 풍경을 구체화한 ‘로케이션(2005~ )’ 등이 그러하다.

“현실에는 대단한 리얼리티가 담겨 있지만 저는 현실과 무대가 괴리되는 가상공간,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두 개의 가치가 공존하는 상황, 당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제3의 무언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2004년 가을부터 작업해온 로케이션 시리즈는 현실의 공간에 허구의 요소를 도입한 사진작업이다. 노란 은행잎 나부끼는 거리에는 은행나무를 배치한 대형 화폭을 슬쩍 끼워넣고, 한밤중 수북이 쌓인 눈길을 걷는 어린이의 머리 위로는 진짜 눈송이 같은 가짜 눈이 내린다. 영화 혹은 광고 등 어디선가 봤을 법한 낯익은 야외풍경이지만 그속에는 늘 인공적인 요소들이 가미돼 있다.

그가 여러 연작을 통해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결국 인생은 하나의 무대라는 것이다. ‘내사랑 지니’ 시리즈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살면서 우연히 만난, 혹은 늘 스치는 일상의 풍경을 구성하는 인물들의 꿈을 사진으로나마 실현시켜주자는 이 작업은 현재까지 미국, 터키, 영국 등 약 10개국에 사는 20명의 꿈을 실현시켜줬다.

작업의 대부분이 짜임새 있는 구성을 자랑하는 연출사진이어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귀국했을 때부터 결심한 게 제 돈을 퍼서 작업하지는 않겠다는 거였어요. 시간과 여건이 될 때 진행합니다. 한 시리즈를 계속하겠다, 안하겠다고 결정하지도 않고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아요. 아이디어가 있고 돈과 시간만 된다면 작업은 언제나 가능하죠. 그런데 이게 꼭 들어맞지 않아요.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데 아이디어가 막 생겨나요. 그럴 때면 차곡차곡 정리를 해두는데 전 ‘적금 들어놓는다’고 표현하죠.”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선정-

지금에야 ‘잘 나가는’ 작가지만, 귀국 당시만 해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어학원에서 강사로, 게임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현재는 작업과 전시에만 몰두하고 있다.

“작품을 팔아서 제 생활을 꾸려나가고 이것이 또 다른 작품활동을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게 뿌듯합니다. 저는 거창하게 유명작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작품으로 떼돈을 벌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시각언어를 가지고 내 아이디어를 가장 유효 적절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족해요.”

요즘 그는 영상작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6명의 내레이터가 미국 시인이 써준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서로 이야기를 하는 구조로 된 영상물인데, ‘올해의 작가’전에 전시할 예정이다. “무언가 모르는 장르를 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측면에서 마스터가 필요지만 배워가며 하려고요.” 전업작가가 됐지만 ‘아마추어리즘’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는 작가 정연두, 올 한 해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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