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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평점 :
<나의 꿈> 정 호 승
돌멩이로 빵을 만든다
흙으로 밥을 짓는다
풀잎으로 반찬을 만든다
강물로 국을 끓인다
함박눈으로 시루떡을 찐다
노을로 팥빙수를 만든다
이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아무도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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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다가 울컥하는 마음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얼마전 읽었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에서 보았던 똘망한 눈동자들과 마른 몸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10달러면 아이들 한달을 먹고 살수 있다며 실천을 촉구했던 그 책을 읽고 난뒤에도 난 그 어떤 실천을 하고 있지 않음에 너무 미안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던가... 아이들의 눈을 보면 미소가 지어졌고 끔찍한 상황을 설명해 놓은 부분에서 얼마나 가슴을 찢으며 울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것이다. 정호승 시인처럼 저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그 책의 아이들을 나의 꿈의 한자락에 넣지도 못하였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자선남비에 돈을 넣었다. 왜 이렇게 돈을 넣는 내모습이, 내 손이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일 이상하게 쉽지가 않다.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식당에서 껌이나 초코렛을 파는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일이 결코 쉽지가 않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자꾸 주눅들게 하고 하는 행위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일까.. 내 마음에 진실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인가..
나는 인연은 우연에서 온다고 믿는다. 내가 나의 신랑을 만난것도 우연이지만 인연이였고,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친구들을 만난것 또한 우연이였지만 인연이였다. 김혜자씨가 이 아름다운 아이들을 만난것 또한 우연이지만 인연인것이고, 내가 이 책을 집어 든것 이또한 우연이지만 인연인것이다. 이 우연을 어떻게 가꾸어 가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인연이 되기도 하고 악연이 되기도 하겠지. 난 이 책을 집어든 나의 선택을 인연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실천할 때인것이다.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일에 부끄러움을 거두고 좀 더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마음과 손을 내밀어야겠다. 실천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라고 할만큼 신앙에서도 실천을 중요하게 여긴다. 마음의 감동으로만 그치라고 김혜자씨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이책을 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 감동을 실천할때... 부끄러운 손이지만 쭈욱..내밀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