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조선인 > 언니가 이해하셔야 해요 - 장차현실의 딸 은혜 영화 데뷔

 

 

 

감독에게 ‘찜’당한 다운증후군 소녀

인권영화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데뷔한 은혜양… 함바집 아줌마와의 우정과 부당한 일상 씩씩하게 연기

▣ 글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만화가 엄마와 씩씩하게 살아가는 다운증후군 소녀 은혜(15)가 영화배우가 됐다. 4월30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는 옴니버스 인권영화 <다섯개의 시선> 가운데 한편인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의 주인공이다. 박경희 감독이 각본·감독을 맡은 이 영화에서 은혜는 학교 친구들에게 ‘뚱보메기’라고 놀림받고, 동네 함바집 아줌마에게 정을 붙여 쫓아다니고,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서 대화하고, 식당에 가면 “왜 저런 애를 밖으로 내돌리냐”며 쑤근대는 소리를 듣는 일상을 ‘있는 그대로’ 내보인다.

박경희 감독, 아줌마 원피스 입은 아이에 꽂혀


△ ‘배우답게’ 보여야 한다며 인터뷰 전 몰래 화장을 하는 은혜.

지난해 여름 은혜를 처음 만난 날 박 감독은 은혜가 발산하는 카리스마에 놀랐다고 한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길 원하는 무대기질과 답답하고 수틀리면 쏟아내는 터프한 태도 말이다. 1천명 가운데 1명꼴로 태어난다지만 박 감독은 ‘다운아’를 겪어본 일이 없었다. 대부분 집 안이나 시설에 꽁꽁 감춰져 지내기 때문이다. 은혜를 만났을 때 박 감독은 딱히 은혜를 내세워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은혜는 그날 생뚱맞게도 아줌마들이 집에서 입는 원피스를 걸치고 있었다. 은혜가 좋아하는 함바집 아줌마가 벗어두고 간 옷이었다. 아줌마가 그리워 냄새를 맡다가 아예 입고 있었던 것이다. 밥 먹고 차 마시는 자리에서 은혜는 대화에 끼지 못하는 걸 답답해하다가 귀신 얘기를 해주겠다며 시선을 모았다. 이야기가 지루해지고 사람들의 호응이 없자, 이번엔 가상의 친구를 상대로 혼잣말을 시작했다. 은혜에게는 이지영, 백지영, 김하늘, 곽언니 등의 상상 속 친구들이 있다. 그러다 은혜는 문득 “어떤 애가 있는데요, 나쁜 애가 아니거든요?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유독 은혜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던 일행 중 한명에게 하는 말이었다. ‘어떤 애’는 은혜 자신이고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는 ‘나의 표현 미숙과 다름을 받아들여달라’는 호소였다. 그 말은 그대로 박 감독의 가슴에 와서 꽂혔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됐다.

박 감독은 열흘 넘도록 은혜를 따라다니며 관찰했다. 학교에 가서 몰래 창밖에서 수업받는 모습을 봤다. 길을 걸으며 혼잣말하는 것도 엿들었다. 여름 캠프에서 홀로 숙소에 방치되는 모습도 봤다. 부지불식간에 내뱉는 주위 사람들의 걱정에 “내내내 앞에서 자자장애인 얘기 그그그만 하세욧!”라고 항변하는 것도 들었다. 그 과정에서 박 감독은 은혜를 온전히 이해한다고 장담하진 못하지만, 은혜가 받는 부당한 대접에는 은혜 못지않게 억울해하고 분노하게 됐다. 그러고 나니 은혜의 소소한 태도와 습관의 맥락이 잡혔다.


△ "감독님 나 안 보고 싶었어요? " 자신을 ‘데뷔’시켜준 박경희 감독만 보면 은혜는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린다.

시나리오는 은혜의 생활 동선에서 ‘엑기스’를 뽑아내 썼다. 은혜가 평소 쓰는 말과 실제 경험을 살렸다. 하지만 비장애인의 처지에서 장애인의 얘기를 ‘목소리 높이지 않고’ 온전히 그려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분노를 거르고 누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 큰 걱정이 있었다. 과연 은혜가 대본을 외울 수 있을까. ‘두 여자’의 믿음이 일을 밀고 나가는 데 도움이 됐다. 은혜 엄마 장차현실씨의 “은혜는 할 수 있을 거다”란 말, 그리고 은혜 본인의 “하고 싶다”는 말. 은혜가 사는 집과 경기 양평 청계리 마을은 그대로 영화의 배경이 됐다. 은혜가 좋아하는 함바집 ‘이쁜이 아줌마’ 신인숙씨는 남편과 함께 영화에 등장했고, 학교 장면은 동네 대아초등학교에서 그 학교 학생들과 함께 찍었다. 장차현실씨 역은 배우 서주희씨가 맡았다. 서씨는 장차현실씨보다 훨씬 더 ‘장차현실스럽다’는 평을 들었다. 은혜는 대본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거듭되는 촬영에도 짜증 한번 내지 않았다. 은혜와 박 감독이 서로 깊이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 감독은 영화를 끝낸 뒤 아예 은혜네 집 강 건너편에 땅을 구해 집을 지었다. 박 감독은 “은혜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은혜는 박 감독을 두고 “우리 사귀어요”라고 말했다. 4월21일 인터뷰 중에도 박 감독을 쓰다듬고 볼에 입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다. 취재진을 향해 은혜는 이렇게 말했다. “부럽죠? 원래 여배우랑 감독은 친한 거예요.”


△ 장차현실씨와 은혜 모녀에게 식구가 생겼다. 아빠 서동일씨와 엄마 뱃속의 동생까지.

“자자장애인 얘기 그그그만 하세욧!”

5년 전 <한겨레21>(311호)에서 독신모 엄마와 지지고 볶으며 사는 사연 ‘낙원을 가꾸는 모녀의 기쁨’이 소개될 때만 해도 ‘어린이’였던 은혜는 이제 가슴이 봉긋해진 ‘소녀’가 됐다. 그사이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은혜는 통합교육을 한다는 일반학교를 세 군데 넘게 전전하다 대안학교로 옮겨 6학년 과정에 다니고 있다. 가족도 불었다. 엄마의 남자친구는 ‘아빠’가 됐고 다음달이면 동생 ‘똘이’도 세상에 나온다. 지난해 영화 촬영 때만 해도 엄마의 남자친구였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서동일(34)씨는 은혜에겐 계속 오빠였다. 동생이 생긴 뒤에도 은혜는 아기가 태어나면 아빠라고 부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유는 이랬다. “응, 오빠가 그동안 다 커서.”

은혜는 5월 초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본선 경쟁작으로 출품된 다큐멘터리 <핑크 팰리스>(서동일 감독)에도 등장한다. 장애인의 성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에서 은혜는 ‘섹시한 춤솜씨’와 ‘밝히는 태도’를 솔직하게 커밍아웃한다.


2003년 <여섯개의 시선>에 이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영화 기획 두 번째인 <다섯개의 시선>은 일반 상영도 할 예정이다. 박 감독의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와 함께 남자들의 ‘갇힌 세계’를 꼬집은 <남자니까 아시잖아요?>(류승완 감독), 탈북 청소년들의 삶을 그린 <배낭을 맨 소년>(정지우 감독), 고문수사관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기발하게 까발린 <고마운 사람>(장진 감독),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얼어죽은 중국동포의 상황을 1인칭으로 따라간 <종로, 겨울>(김동원 감독)이 올해의 ‘시선’이다. 인권 애니메이션 영화 묶음 <별별 이야기>(이성강·권오성·박재동·유진희·이애림·박윤경 감독 외)도 5월1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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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조선인 > 부부금슬만한 노후대책은 없다

출처 : http://www.ajou.ac.kr/ajou/meet/people_02.jsp?urlFlg=etc_view&brdid=10000897&contid=39&p=1&siteFlag=03&parent=/ajou/meet/people_01.jsp

이민규(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부부금슬은 확실한 보험

   2005년 8월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우리의 평균수명은 81세(여자: 84.4세, 남자:78.2세)로 일본에 이은 세계 제2위의 장수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생물학적 수명은 점점 길어지겠지만, 명예퇴직이니 뭐니 해서 사회적 수명은 상대적으로 더 짧아질 것이다. 천수를 누린다면 요즘 떠도는 사오정(45세 정년)이나 오륙도(56세 정년)를 기준으로 은퇴 이후, 부부가 함께 살아야 하는 시간이 대충 30년에서 40년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젠 여생(餘生)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긴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인생 2막」을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노후대책’ 하면, 퇴직금이나, 연금 액수 정도를 떠올리면서 막연하게 ‘어떻게 되겠지.’하거나 ‘어디 싸고 좋은 땅 없나?’하면서 대충 지나간다. 경제, 건강, 일, 주거 등 은퇴 이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비해 체계적인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인생의 마무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외로움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 문제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부부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임 깨닫고 이를 준비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부부금슬만큼 확실한 보험은 없다.

  

좋은 부부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30대엔 마주보고 자던 부부가 40대가 되면 천정을 보고 잔다. 그러다 50대가 되면 서로 등을 돌리고 자고, 60대가 되면 각 방을 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70대가 되면 서로 어디서 자는지도 모르게 된다.’ 얼마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돌아온 아내가 들려준 우스개 소리다. 우스개 소리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전국의 60세 이상 여성노인 4백4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황혼기 부부관계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사 결과 여성노인들이 가족 구성원 중 가장 갈등 관계가 심한 사람은 배우자로 나타났다. 갈등의 정도는 함께 사는 자녀나 며느리보다 훨씬 심했다. 친밀감도 낮고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와의 친밀감은 손자녀나 자녀, 형제. 자매 보다 낮았다. 갈등이 심한 경우 황혼 이혼으로 치닫는데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년 이상 장기 동거부부의 이혼 구성비는 1981년 4.8%에서 2004년 18.3%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많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난 다음에, 성공해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가서 둘만의 시간을 즐기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관계가 멀어진 경우가 많다. 노인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노후의 좋은 부부관계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생활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부부관계란 신경 쓰지 않아도 유지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부부관계 역시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함께 사는 것이 지루하고 무의미하다면 백년해로는 결코 축복이 아니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부부가 서로를 지겹게 생각한다면 그처럼 끔찍한 일도 없다.

 

<부부관계 리모델링을 위한 7일 작전>

   준비 없이 노후를 맞아 지루한 삶을 살다 외롭게 말로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활기찬 삶을 살다 행복하게 삶을 정리할 것인가? 결정하고 준비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출발은 간단하다. 지금 곁에 있는 배우자의 눈을 쳐다보면서 사랑의 말을 전해보라. 배우자의 손을 잡아보라. 전화를 걸어 둘만의 저녁 식사를 제안하라. 좋은 관계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하지 않던 일이라면 낯간지럽고 쑥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 잘 하려면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행복한 부부관계 역시 노력하고 연습을 해야 한다. 그동안의 습관을 하루에 다 바꿀 수 없으므로 우선 하루에 한 가지씩만 실천해보자. 일주일 단위로 매일 한 가지씩 실천하다 보면 조만간 완전히 달라진 서로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제 1일: 헤어질 때와 다시 만나는 순간을 바꿔보자

   아침에 눈을 뜨면 무표정한 얼굴로 “어휴 또 당신이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미소를 띠고 “잘 잤어?”라고 인사하자. 아침에 헤어질 때와 저녁에 다시 만날 때 역시 ‘당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메시지 대신 ‘당신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자.


제 2일: 차이점을 인정하고, 배우자의 취향을 공유하자

   부부간의 갈등을 방지하고 관계를 돈독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우리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다르다=나쁘다’의 공식을 삭제해야 한다. 자기의 취향이 아니라도 배우자가 좋아하는 것(TV시청, 기호, 만나는 사람, 취미, 음식, 화제, 일)에 관심을 갖고, 함께 즐겨보자.


제 3일: 당연시 여기지 말고 칭찬과 감사를 표현하자

   사회생활을 할 때 칭찬과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에 대한 칭찬과 감사에는 지나치게 인색하다. 배우자의 작은 장점과 사소한 친절과 배려에 칭찬과 감사의 말을 전해보자.


제 4일: 끼어들지 말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자

   사람들은 자기 얘기를 잘 들어주는 가장 좋아한다. 사람들 간의 갈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상대방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다. 배우자가 이야기 할 때 말을 자르거나 도중에 끼어들지 말아보자. 지루하더라도 맞장구를 치면서 끝까지 들어주자.


제 5일: 작은 잘못이라도 즉시 사과하자

   작은 일이라도 잘못한 게 있으면 즉시 사과하자. 원인제공 여부를 따지고 변명거리를 찾으면서 자존심을 세우지 말자. 배우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화를 풀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지 말자. 화를 푸는 데 사과만큼 효과적인 말은 없다.


제 6일: ‘좋아함’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자

   사람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쇼핑이나 산책을 나가면 배우자의 손을 잡아보자. 그걸 말로 표현해야 하냐고 버티지 말고 ‘좋아함’을 말로 표현하자. 내가 아는 60대 부부는 지금도 농담하듯 이런 식의 대화를 즐긴다. “난 왠지 당신이 좋아.” “나도 그래.”


제 7일: 다른 가족 제쳐두고 둘 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자녀들이나 다른 가족을 염두에 두지 말고 하루쯤은 둘 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둘이서 서 영화를 보고 멋진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보자. 느닷없이 동해안으로 새벽 여행을 떠나보자. 지금 전화를 걸어 배우자에게 저녁을 약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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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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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님 소설의 가장 즐거운 부분은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베스킨 라빈스처럼 너무너무 다양하다는것에 있습니다. 이번 소설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그것을 더더욱 더 절실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마치 문학상 받은 여러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것처럼 은희경님 혼자만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방식과 문체, 무엇보다 시점이 정말 끝내줍니다. 어느작품에서는불륜의 사랑을 하는 이십대 후반의 여자였다가 또 어느작품에서는 삼십대의 남자였다가, 또 어느 작품에서는 못다핀 사랑을 한 이십대 초반의 여자, 또 어느 작품에서는 삼십대의 여자... 이런 다양한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소설 전반적인 분위기는 정말 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

이 소설집에서 가장 유쾌하게 읽은 작품은 [서정시대]입니다. 유머와 위트가 살아있고, 살아 숨쉬는 대화들이 이건 정말 현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 서문을 보니 자전적 소설이라고 쓰여있네요. 읽는 내내 가장 작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작품같다고 생각했는데 ^^  어린시절부터 보이는 발칙함, 자신에게 약점이라고 생각 되는 점을 감추려고 하면서도 오히려 더 크게 아무렇지도 않은듯 내세우는 모습 왜그렇게 재미있던지..아마도 서른 한살의 지금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에는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같은 과 선배와 동기가 결혼을 하기에 근 7년만에 동창회처럼 정말 많은 선배, 동기들이 왔는데 나의 변한 모습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결혼 4년차만에 아가씨때보다 몸무게가 30kg 정도가 불어나 있기 때문에 그동안 만날 기회가 있었서도 거절하면서 지내왔는데 이번 결혼식을 꼭!! 가야할 곳이여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갔는데...역시나..^^;;;; 다덜 얼마나 놀라주시는지.. 목소리는 같은에 다른 사람하고 말하고 있는것 같다며..그래서 다른 때보다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오버 떨어주시고, 내가 먼저 저 중년부인같죠? 라며 말하고... 그런 모습이 남들 눈에 어떻게 보였을지 사실 귀를 닫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네요. 

 [서정시대] 끝 부분에 k와의 통화 그리고 그녀의 깔깔거리는 웃음은 너무나 유쾌했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볼수 없는 경쾌함이 느껴졌지요. 소설마다 이렇게 다른 느낌을 가질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에너지다. 대단한 내공이다..라고 밖에 생각할수가 없었습니다. 은희경님의 작품을 여러권 샀습니다. 마지막춤은 나와 함께, 마이너리그, 그것은 꿈이였을까.등등...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다음번 소설은 어떤 맛일까요..레인보우 샤베트? 내가 젤로 좋아하는 체리쥬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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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1-2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님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아주 좋아하지요^^ 정말 끝내주지요..;;;

이쁜하루 2006-01-25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끝내주세요! ^^ 반갑습니다 비숍님! 비숍님 리뷰 너무좋아서 왕창 퍼왔는뎅... 댓글을 달았던가요....^^;;;;
 
나의 자줏빛 소파
조경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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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의 어느날엔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연극 [남자충동]을 보았습니다. 사실 그 날은 그 연극을 5번째 쯤 보던 날이였을겁니다. 3월 중순에 처음 보고 너무 좋아서 반복해서 보다보니 총 13번을 보게 되었네요. 연극이 시작되기 전 유정이라는 역을 맡으신 이남희 배우분(지금은 연극[이]에서 연산군역을 하십니다) 께서 알은체를 하시며 손을 흔들어주셨습니다. 그날은 2층에서 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아보시고는.. ^^ 그런데 저희 뿐 아니라 저희 옆자리에 앉으신 분들께도 손을 흔들어주시더군요 그래서 좀 주의깊게 살펴봤지요. 제가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잠깐 봐도 되겠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빌려드렸죠. 너무 이쁘게 생기셨길래 연극배우시냐? 라고 물었떠니 그 옆에 앉아계신 여자분이 작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다시 그 예쁘신 분은 그 옆에 여자분을 가리켜 이분이야 말로 작가시죠! 하는겁니다. 음..그래서 여쭤봤더니 그 예쁘신분은 소설가 조경란님이였고, 그 옆에 여자분은 뮤지컬 겨울연가와 사랑은 비를타고의 작가 오은희 님이셨습니다. 와우~ 어찌나 반갑고 만나서 영광이던지!! 그렇게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되어서 오은희 선생님께서 극을 쓰신 뮤지컬들을 보러다니고, 조경란님이 쓰신 소설들을 찾아 읽었죠. 그리고 처음 읽은 조경란님의 작품이 바로 [나의 자줏빛 소파] 입니다.

어떤 분의 일기를 보면 스스로를 그레이라 칭하시며 먹구름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조경란님이야말로 먹구름중에 상~~ 먹구름을 몰고 다니시는 분이시죠. 어떤 소설을 보면 끊임없이 상대와 대화하며 극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대표적인 작품이라면 김하인님의 [국화꽃 향기] 정도 랄까요!  서로 주고 받는것이 많기 때문에 문체도 간략하고 스피디 하지요. 그런데 조경란님의 작품은 어쩜 이리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결론내리는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누가 이 여자에게 말하는 법! 을 좀 가르쳐주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은 움직입니다.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고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우체국에서 우체국 밖으로, 6층에서 옥상으로, 대형 서점으로, 전철로... 그런데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귀신에 홀린 넋나간 사람들의 움직임 같습니다. 그 움직임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그 움직이는 동안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 그들에게 시선이 집중됩니다. 우리가 실제로 동네를 걷게 될때 또는 오래 다닌 직장을 갈때 아무래도 아는 사람과 만나게 되지 않던가요. 그것이 통성명을 하고 어디사냐! 뭐 이런것을 나누지 않은 사이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목만 까닥 하며 목례를 하곤 합니다. 그러나 조경란 님의 소설속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양 사람들 사이를 그냥 쑤욱~~ 지나갑니다. 조경란 님의 소설은 참 건조합니다. 그냥 작은 불씨 하나만 붙어도 확~ 불이 붙을것만 같습니다. 사람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도 질퍽함이란 찾아볼수가 없습니다. 싫으면 떠나면 되는것이고, 안보면 되는것이고, 그냥 끊으면 끊어지는 것입니다. 인간이란 한없이 고독한 존재여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고 무진장 애를 쓰며 삽니다. 그리고 군중속에 있을때는 또 혼자 있고 싶어!! 라고 노래를 부릅니다. 참 어이없는 인간들이죠. 그런데 조경란님의 소설속 사람들은 관계속에서 애쓰는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사람이 사는것 같지가 않고 사물이 사람을 대신하는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조경란이란 분이 이런사람이 아닐까.. 상상을 하게 됩니다. 밖으로 표출하기보다 안에서 삭히고, 재미있어도 웃지 못하고, 슬퍼도 울지못하는..그런 분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이정재와 이영애가 나왔던 [선물]이라는 영화에 보면 이정재가 개그 배틀 같은것에 나가는데 이영애가 죽어갈때 마지막 결승전을 치룹니다. 그때 웃기면서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있습니다. 조경란님의 작품 딱 그거같습니다. 아니 조경란님이 딱 그럴것 같습니다. 개그를 보면서 단순히 그 개그를 보지 못하고 그 안의 어떤것을 보는... 실제로 어느 지인의 말씀에 따르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를 보시고는 조경란님이 펑펑 우시는걸 봤다고 합니다. 저는 사실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크게 웃었습니다. 단순한 말의 유희를 보면 웃지 않고 못베기지요. 허나 조경란님은 반복되는 그것들만을 보지 않고 그 안의 것을 보았던거겠지요. 날마다 찾는 고도, 그러나 오지 않는 고도, 어쩌면 안올껄 알면서도 또 기다리는 고도...

재미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우리 태양님은 이 책을 앞에 1/5 정도 읽었나요.. 자기 타입 아니라면서 멀리 치워둡니다. 어쩌면 나의 솔직한 모습이 태양님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번 더 진지해보고, 한번더 천천히 호흡하며 읽어보니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자꾸 안으로 안으로 움츠려 드는... 그런데 책 읽을때만 움츠려 들렵니다. 책을 덮는 순간 대중속으로 팍~~ 파고들랍니다. 바라건데 조경란님도 조금은 대중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대세를 따르는 그런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방식을 택했으면 합니다. 다음번 작품에서는 좀더 밝은 먹구름을 조금 걷어낸 여자를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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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교 3학년때 생리통때문에 너무 아파 강의를 조퇴한적이 있습니다.  공대이기에 남자넘들이 너무 많이 차마  친구들에게는 생리통이라고 말은 못하고 몸이 너무 안좋아서 집에 간다고만 했지요 친구넘들은 고등학생도 아니고 무슨 아프면 결강하는거지 교수님께 허락을 받고 조퇴를 하냐며 웃었습니다. 글쎄요.. 그때의 저는 좀 잘 살아보고 싶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강의를 빼먹고 싶지가 않았지요.  저의 생리통은 좀 유별나서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고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콕콕 쑤셔대는 통증이 있어서 그냥 보기만 해도 정말 아파보였죠.  저는 바삐 하숙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하숙방 가운데 온몸을 오그리고 누웠지요. 통증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커텐도 없는 하숙방이라 한낮의 햇살은 눈이 부시고 한 여름이였는데 너무 더우니까 통증이 더하더군요. 약을 먹고 잠을 청했는데 너무 더워서 그런지 잠도 안오고.. 그래서 하숙방을 같이 쓰는 친구의 책꽂이에서 아버지라는 책을 꼽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

아버지... 아버지....  주책맞게 흘러나오는 눈물 때문에 또 찌르듯 쑤시는 가슴과 뻐근해오는 목의 통증때문에 어느새 생리통은 사라져가고 있었고 혼자서 아픔을 감내해내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그 심정이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때 벌컥 하숙방 문이 열렸고 문병한다고 온 동기들은 내가 우는 모습에 깜짝놀라 괜찮냐며 호들갑을 떨어댔습니다. 와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책을 읽던 아픔과 교차해 소리내어 펑펑 울어버렸네요.. 친구들은 아마 지금까지도 그날 제가 굉장히 아팠던걸로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  친구들이 간 뒤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픔을 혼자서 견뎌내면서도 가족들에 대한 사랑으로 변함이 없었던 아버지는 딸아이의 편지를 받고 많이 힘겨워합니다. 그리고 친구를 한명 사귀게 됩니다. 어쩌면 외도라고도 할수 있지만 아버지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친구였던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읽으면서 내 아버지를 떠 올렸습니다. 평생을 말단 공무원으로 생활하시면서도 언제나 밝게 웃으시던 나의 아버지! 10급 기술직으로 평생을 승진도 없이 말단으로 지내셨지요. 아빠는 선생님이든 누가 아버지 뭐하시냐고 물으면 계장이라고 해라..라고 하시곤 했지요. 저는 그닥 마음에 두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딸애가 어디가서 무시당할까봐 걱정이셨나봅니다. 새어머니가 보증을 잘못서서 빚을 지게 되고 ?기듯 이사하게 되었을때에 아버지는 산을 넘으면 더 큰산이 나온다면 4시간을 통곡하며 우셨습니다. 집에는 나와 아빠 뿐이였지요.  그 이후로 아빠는 다시는 내 앞에서 우신적이 없으십니다. 친엄마와 이혼하던 날 그날 이후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렇게 우셨더랬죠. 아빠는 모든 힘겨움과 어려움을 어린 자식들에게 또 새 아내에게 돌리고 싶지 않아 그렇게 혼자 우셨습니다. 윗 상사와 싸워 좌천당하셨을때에도 아빠는 우리에게 웃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많이 쓰리고 아프셨을텐데.. 지금 생각하니 아빠의 농담에 그냥 웃기만 한 저의 얕은 내면이 바보 같이 느껴지네요

지금은 엄마 아빠 두분이 시골에서 오붓하게 사십니다. 말이 오붓이지 어쩌면 적막..일지도 모르죠. 지금도 다정한 딸은 못되어드리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읽으며 살아계실제 잘 해드려야지. 다짐했것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네요. 10년만에 다시 재출간 되었더니 너무 기쁜일이라 여겨지구요! 비단 95년, 96년의 아버지가 아니라 현재 2006년의 아버지들도 아프고 힘겹고 가족에게는 말못하고 그렇게 사시는 분들 많으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도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요. 그냥 추억의 책 속 아버지로 머무는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사랑하고 감싸줘야 할 내 아버지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할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재 출간 기념으로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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