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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1999년 4월
평점 :
은희경님 소설의 가장 즐거운 부분은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베스킨 라빈스처럼 너무너무 다양하다는것에 있습니다. 이번 소설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그것을 더더욱 더 절실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마치 문학상 받은 여러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것처럼 은희경님 혼자만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방식과 문체, 무엇보다 시점이 정말 끝내줍니다. 어느작품에서는불륜의 사랑을 하는 이십대 후반의 여자였다가 또 어느작품에서는 삼십대의 남자였다가, 또 어느 작품에서는 못다핀 사랑을 한 이십대 초반의 여자, 또 어느 작품에서는 삼십대의 여자... 이런 다양한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소설 전반적인 분위기는 정말 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
이 소설집에서 가장 유쾌하게 읽은 작품은 [서정시대]입니다. 유머와 위트가 살아있고, 살아 숨쉬는 대화들이 이건 정말 현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 서문을 보니 자전적 소설이라고 쓰여있네요. 읽는 내내 가장 작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작품같다고 생각했는데 ^^ 어린시절부터 보이는 발칙함, 자신에게 약점이라고 생각 되는 점을 감추려고 하면서도 오히려 더 크게 아무렇지도 않은듯 내세우는 모습 왜그렇게 재미있던지..아마도 서른 한살의 지금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에는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같은 과 선배와 동기가 결혼을 하기에 근 7년만에 동창회처럼 정말 많은 선배, 동기들이 왔는데 나의 변한 모습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결혼 4년차만에 아가씨때보다 몸무게가 30kg 정도가 불어나 있기 때문에 그동안 만날 기회가 있었서도 거절하면서 지내왔는데 이번 결혼식을 꼭!! 가야할 곳이여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갔는데...역시나..^^;;;; 다덜 얼마나 놀라주시는지.. 목소리는 같은에 다른 사람하고 말하고 있는것 같다며..그래서 다른 때보다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오버 떨어주시고, 내가 먼저 저 중년부인같죠? 라며 말하고... 그런 모습이 남들 눈에 어떻게 보였을지 사실 귀를 닫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네요.
[서정시대] 끝 부분에 k와의 통화 그리고 그녀의 깔깔거리는 웃음은 너무나 유쾌했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볼수 없는 경쾌함이 느껴졌지요. 소설마다 이렇게 다른 느낌을 가질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에너지다. 대단한 내공이다..라고 밖에 생각할수가 없었습니다. 은희경님의 작품을 여러권 샀습니다. 마지막춤은 나와 함께, 마이너리그, 그것은 꿈이였을까.등등...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다음번 소설은 어떤 맛일까요..레인보우 샤베트? 내가 젤로 좋아하는 체리쥬빌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