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교 3학년때 생리통때문에 너무 아파 강의를 조퇴한적이 있습니다.  공대이기에 남자넘들이 너무 많이 차마  친구들에게는 생리통이라고 말은 못하고 몸이 너무 안좋아서 집에 간다고만 했지요 친구넘들은 고등학생도 아니고 무슨 아프면 결강하는거지 교수님께 허락을 받고 조퇴를 하냐며 웃었습니다. 글쎄요.. 그때의 저는 좀 잘 살아보고 싶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강의를 빼먹고 싶지가 않았지요.  저의 생리통은 좀 유별나서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고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콕콕 쑤셔대는 통증이 있어서 그냥 보기만 해도 정말 아파보였죠.  저는 바삐 하숙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하숙방 가운데 온몸을 오그리고 누웠지요. 통증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커텐도 없는 하숙방이라 한낮의 햇살은 눈이 부시고 한 여름이였는데 너무 더우니까 통증이 더하더군요. 약을 먹고 잠을 청했는데 너무 더워서 그런지 잠도 안오고.. 그래서 하숙방을 같이 쓰는 친구의 책꽂이에서 아버지라는 책을 꼽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

아버지... 아버지....  주책맞게 흘러나오는 눈물 때문에 또 찌르듯 쑤시는 가슴과 뻐근해오는 목의 통증때문에 어느새 생리통은 사라져가고 있었고 혼자서 아픔을 감내해내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그 심정이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때 벌컥 하숙방 문이 열렸고 문병한다고 온 동기들은 내가 우는 모습에 깜짝놀라 괜찮냐며 호들갑을 떨어댔습니다. 와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책을 읽던 아픔과 교차해 소리내어 펑펑 울어버렸네요.. 친구들은 아마 지금까지도 그날 제가 굉장히 아팠던걸로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  친구들이 간 뒤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픔을 혼자서 견뎌내면서도 가족들에 대한 사랑으로 변함이 없었던 아버지는 딸아이의 편지를 받고 많이 힘겨워합니다. 그리고 친구를 한명 사귀게 됩니다. 어쩌면 외도라고도 할수 있지만 아버지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친구였던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읽으면서 내 아버지를 떠 올렸습니다. 평생을 말단 공무원으로 생활하시면서도 언제나 밝게 웃으시던 나의 아버지! 10급 기술직으로 평생을 승진도 없이 말단으로 지내셨지요. 아빠는 선생님이든 누가 아버지 뭐하시냐고 물으면 계장이라고 해라..라고 하시곤 했지요. 저는 그닥 마음에 두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딸애가 어디가서 무시당할까봐 걱정이셨나봅니다. 새어머니가 보증을 잘못서서 빚을 지게 되고 ?기듯 이사하게 되었을때에 아버지는 산을 넘으면 더 큰산이 나온다면 4시간을 통곡하며 우셨습니다. 집에는 나와 아빠 뿐이였지요.  그 이후로 아빠는 다시는 내 앞에서 우신적이 없으십니다. 친엄마와 이혼하던 날 그날 이후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렇게 우셨더랬죠. 아빠는 모든 힘겨움과 어려움을 어린 자식들에게 또 새 아내에게 돌리고 싶지 않아 그렇게 혼자 우셨습니다. 윗 상사와 싸워 좌천당하셨을때에도 아빠는 우리에게 웃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많이 쓰리고 아프셨을텐데.. 지금 생각하니 아빠의 농담에 그냥 웃기만 한 저의 얕은 내면이 바보 같이 느껴지네요

지금은 엄마 아빠 두분이 시골에서 오붓하게 사십니다. 말이 오붓이지 어쩌면 적막..일지도 모르죠. 지금도 다정한 딸은 못되어드리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읽으며 살아계실제 잘 해드려야지. 다짐했것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네요. 10년만에 다시 재출간 되었더니 너무 기쁜일이라 여겨지구요! 비단 95년, 96년의 아버지가 아니라 현재 2006년의 아버지들도 아프고 힘겹고 가족에게는 말못하고 그렇게 사시는 분들 많으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도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요. 그냥 추억의 책 속 아버지로 머무는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사랑하고 감싸줘야 할 내 아버지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할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재 출간 기념으로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