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수집가의 시대 - 의미, 재미, 상징을 수집하는 새로운 소비 인류
송수진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점점 나이가 들수록 젊은 세대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 아이와도 대화가 어려운데, 다른 집 아이와는 하물며 어떻겠는가. 소비자마케팅 또는 소비자심리를 다룬 책이지만, 이 책을 펼쳐 든 이유는 소비와 마케팅 관점을 넘어서 이른바 Z세대의 양태를 이해하는 한 접근이 될 수 있어서이다.

 

저자는 Z세대를 ‘경험수집가’로 지칭한다. 연계되어 다음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들이 수집하는 경험은 무엇이며, 그들은 무슨 이유로 경험을 수집하는가. 1장에서 저자는 Z세대가 존중의 세대로서 그들의 개인주의는 결국 상호 존중을 위한 전제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MBTI 열풍은 타인의 성향을 사전에 알아서 배려하기 위한 것이며, 기괴하고 부조화하게 여겨지는 디자인을 멋지다고 여기며, 복고풍도 흥미롭게 접근한다. 이렇듯 제각각이고 어울리지 않는 듯한 취향은 한가지로 귀결하는데, 즉 획일화된 시스템의 거부다.

 

결국 Z세대의 다양성은 단순한 ‘관용’의 차원을 넘어서 있다. 이들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다름을 새로운 조합과 응용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하나의 세계를 여러 방식으로 접속하고, 각각의 방식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고 믿는다. (P.37)

 

대량생산 시대의 미덕은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이다. 우리는 정부 또는 기업에서 짜놓은 제품과 서비스 중에서 고르는데 익숙하다. 불편하더라도 미진하더라도 감수하고 제시된 범위 안에서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Z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들의 판단 기준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를 가장 만족시키고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자동차의 하차감을 강조하고, 좋아하는 공연과 영화의 N차 관람을 당연시하는 풍조는 이러한 관점에서만 이해 가능하다.

 

문제해결이 목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문제가 해결되면 소비도 멈춘다. 경험은 문제해결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 경험’이라는 것이 없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수집하려 한다. 나쁜 경험조차 ‘경험의 축적’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P.79-80)

 

개성 존중의 시대에서는 타인과 구별되는 나를 드러냄이 중요하다. 이른바 ‘차별화 욕구’는 남과 같거나 비슷함을 거부한다. 남보다 앞서, 남이 갖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을 내가 획득했음을 보여줌으로써 차별화는 가치를 지닌다. 인스타그램이 다수에게 가장 핫한 SNS가 된 것은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 강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는 동경의 대상이 되며, 팔로워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을 탐색하며 자신이 놓친 물건과 경험이 무엇인지 찾고 뒤쫓으려 애쓴다. 타인보다 앞서지는 못할망정 뒤처져서는 안 되므로.

 

Z세대 소비자 대상 기업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개별 맞춤화 전략은 OTT, 음악 스트리밍 업체가 즐겨 쓰는 방법이며, 온라인 쇼핑몰도 구매 이력이나 관심 상품 등을 통해 맞춤형 제안을 내놓는다.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도 이러한 개인화된 경험 제안 전략을 확대될 수밖에 없다. Z세대가 다이소와 알리 등을 선호는 이유도 단순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많은 경험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가격이 저렴하면 실패해도 위험부담이 감소하므로 모험적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리 있다.

 

누가 나를 대신하여 최적의 의사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코칭을 해준다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으며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내게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기술 상향화와 평준화, 그리고 플랫폼 확장으로 맞춤형 조언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패 비용을 줄이고 싶어 하는 소비자심리는 가격이 올라갈수록 한층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게다가 이를 통해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저자는 제로 상품, 제로 리스크,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관계를 통해 이를 밝힌다.

 

1부 ‘경험수집가란 누구인가’와 2부 ‘경험수집가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비하며 3부 ‘무엇으로 경험수집가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는 조금 덜 재밌다. 아무래도 이 대목은 마케팅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 현장에서 더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다. 페인 포인트를 찾는 4단계와 세 가지 시선, 마이클 솔로몬의 여섯 가지 빅 퀘스천 등. 저자는 앞서 제로 시대의 소비자가 추구하는 바를 보편화하면 페인 포인트와 열망 포인트가 분리되지 않고 결합한 상태임을 드러내는데, 이는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끌려는 기업에는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중요한 점은 페인 포인트와 열망 포인트가 서로 분리된 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실의 소비는 이 둘 중 하나로만 설명되는 경우가 드물다. 어떤 소비는 불편.불안.낭비를 줄이기 위해 시작되지만, 동시에 의미.재미.상징이라는 열망을 함께 자극한다. (P.210)

 

작금의 화두는 단연 AI다. AI의 발전에 대한 긍정적 전망 못지않게 부정적 전망도 함께 도사린다. 실제로 인간보다 훨씬 빨리, 많이 얻고자 하는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면 인간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서 소비자로서 Z세대를 떠나 인간이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 버튼 하나, 자판 한 개 누름으로써 얻는 값이 아니라,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노력하고 분투한 신체적, 정신적 경험 그것은 결코 AI로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다.

 

저자가 열심히 분석하고 추론한 ‘경험수집가의 시대’가 단순히 Z세대만의 특유한 행태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지 그들이 사회 주류 세대보다는 훨씬 민감하고 예민하기에 장차 다가올 변화에 선제적으로 반응하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Z세대 소비자의 구매력을 기대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Z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 나아가 AI 시대에서 인간이 지향할 방향을 궁금해하는 모두에게도 유효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의 현상을 ‘Z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닌, 곧 시장의 표준이 될 변화로 읽어내야 한다. Z세대는 시장의 ‘예외’가 아닌 ‘예고편’이며, ‘경험수집가’는 시장의 지엽적인 현상이 아닌 시장 전체를 설명하는 새로운 문법이다. (P.2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벨 사중주단 - In nomine Domini [디지팩] - 하이든 현악 사중주 Op.64, 74, 33 & 76
하이든 (Franz Joseph Haydn) 작곡, 아벨 사중주단 (Abel Quartet / 소니뮤직(SonyMusic)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아벨 사중주단의 베토벤 전곡 연주회는 음악 감상의 행위를 일신한 훌륭한 체험이었다. 그들이 첫 음반으로 하이든을 선택한 것은 원류를 잊지 않는 의미를 되새김이리라. 곡에 따라 제1바이올린을 교대하며 진행하는 그들의 호흡은 새삼 부언할 필요가 없다. 선곡과 음질, 녹음에서 모두 만족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 - Variations + (변주곡 +)
Various Artists 작곡, 허원숙 연주 / Music Zoo(뮤직 주)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2005년과 2006년의 실황 음원으로 작은 소음과 연주 후 박수소리가 들린다. 코렐리 변주곡과 사랑의 죽음 연주가 귀에 착 감긴다. 헨델 변주곡도 좋지만 좀 더 명징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멘델스존 곡은 여전히 생경하다. 외향적 효과가 아닌 내면을 중시한 곡들만 수록한 기획의도가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고야 : 혼란의 역사를 기록하다 ㅣ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11
줄리아노 세라피니 지음, 정지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로니에북스의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시리즈 중 하나다. 일반 도서보다 좀 더 큰 판형에, 고급지 사용과 정밀한 컬러 인쇄가 역시 미술 전문 출판사답다. 이 책의 장점은 풍부한 그림 수록에 있는데, 앞서 읽은 두 권의 책보다 실린 작품의 수도 많을뿐더러 주요 작품은 전면 또는 양면에 걸쳐 게재함으로써 명화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 주고 있다.

 

목차는 아라곤의 남자, 마드리드로, 상승, 안달루시아의 여명, 전쟁의 참화의 5개 장으로 구성하여 전반적으로 연대기 순을 따르고 있다. 이 책은 인간 고야의 삶의 이력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화가 고야에 더 주력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대중을 위한 보다 부담 없는 입문서는 아마도 하겐 부부의 책이 해당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접하거나 인상 깊었던 내용분석 중 몇 개 대목을 예시적으로 기술한다. 먼저 고야의 청각장애를 기존에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밝힌 데 비해, 이 책에서는 납중독의 결과라고 단언하고 있다.

 

흰색 안료인 백연을 거의 매일 사용했던 데서 생긴 납중독이었다. 그로 인해 일생 동안 그를 괴롭혔던 청력상실에 이르고, 손짓을 통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게 된다. (P.38)

 

고야 말년의 작품을 ‘검은 그림’이라 통칭하는데, 이 역시 단순히 소재와 주제, 채색의 어두움 때문이 아니라, 고야 화풍의 특징인 빛의 사용이 사라져 버렸다고 서술하여 독자는 문득 검은 그림 연작을 다시금 들춰보게끔 된다. 고야가 또 다른 빛과 어둠의 화가인 피라네시의 영향을 받았다는 대목 역시 날카로운 분석이다.

 

<옷을 벗은 마하>로 유명한 마호와 마하가 스페인의 특징적인 하층 젊은 남성과 여성을 가리킨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스페인 귀족들이 그들 복식의 영향을 받은 이유를 단순히 흥미와 자유로움 추구를 넘어서 당대 정치 상화과 결부시킨 점도 설득력 있다.

 

스페인의 변덕스러운 귀족들이 따랐던 ‘마히즘’은 프랑스를 통치했던 부르봉 왕조가 자신들의 왕위를 ‘찬탈’한 데 대해, 보수파가 히스패닉적 정체성을 내세운 결과물이었다. (P.30)

 

그밖에 <옷을 벗은 마하> 작품이 갖는 도발적 의미, <카프리초스> 판화 연작과 오수나 가문이 주문한 ‘엘 카프리초’ 회화 연작이 갖는 관계와 함의, 나아가 기존에는 전혀 다루지 않았던 판화집 <디스파라테스>와 <카프리초스>의 유사점과 차이점 등은 고야 읽기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카프리초스>에는 부패와 어리석음, 불관용에 대한 격렬한 비판이 이미지를 통해 분명히 드러났던 반면, <디스파라테스>에는 부조리와 난센스의 영역이 포함되어 있다. 이전의 ‘이성의 잠’은 이제 정신의 전복, 즉 환각으로 변모했다. (P.105)

 

이처럼 이 책은 기존의 두 권보다 새롭고 세밀한 사실과 깊이 있는 분석을 접할 수 있다. 때로는 대상 독자를 초보자보다는 회화사의 기초 지식을 지닌 이를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동시대 또는 전후 시대의 화가와 비교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더 두껍고 전문적인 책이라면 당연하겠지만, 이 책은 120면 남짓할 정도로 얄팍한 책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화가 고야는 위대하지만, 인간 고야는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이다. 당대 최고의 화가로 입신하기 위해 그는 노력하였고, 마침내 수석 궁정화가로 목표를 성취하였다. 왕족과 귀족의 비위를 맞추고 적당한 처세만 해도 그의 지위와 영예는 유지될 수 있었음에도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양탄자 밑그림과 초상화를 벗어나 청력 장애 이후에 그가 인간의 내면, 비이성과 환상에 주목하였다고 하지만, 초기작에도 그가 당대 사회의 위선과 부조리에 눈감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대중적으로는 그의 화려하면서도 강렬하고 충격적인 회화 작품인 양탄자 밑그림과 초상화, 검은 그림 연작들이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다만 그의 진정한 예술세계를 살펴보려면 모노톤의 판화 연작을 세심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카프리초스>, <전쟁의 참화>, <디스파레테스> 등을 보면, 회화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며 때로는 미술보다는 사상이 주목적인 듯 여겨지는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솔직하자면 결코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렵다. 회화의 이상이 조화와 균형, 아름다움의 추구에 있다고 하면 고야는 정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고야의 이러한 예술적 지향점이 당대에 그치지 않고 후세대의 화가들에게 지속적 영향을 미쳤다.

 

역사적으로 볼 때, 프란시스코 고야의 천재성은 강렬한 갈등과 이중적 함의가 담긴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양식을 통해 창작기간 내내 지속되었던 특출한 선구자로서의 면모-인상주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가 그의 영향을 받았다-에서 잘 드러난다. (P.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유시연 - 회상 [디지팩]
생상스 (Camille Saint-Saens) 외 작곡, 유시연 (Siyeon Ryu) 연 / 소니뮤직(SonyMusic)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루크, 나르디니, 파라디스 등의 친숙한 소품류의 정갈한 바이올린 음색뿐만 프롤로프의 거슈윈 환상곡은 낯설지마 흥미롭다. 특히 ‘아리랑‘, ‘한오백년‘과 특히 ‘보허자‘에서 시도하는 국악과의 접목은 단순한 크로스오버를 넘어 음악의 어울림 자체에서 은은하고 미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