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트럼펫 - 지혜가 자라는 책꽂이 1 지혜가 자라는 책꽂이 1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윤여숙 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스튜어트 리틀>, <샬롯의 거미줄>, 그리고 이 작품. 공통점은 동일한 작가가 쓴 동화라는 것과 모두 동물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동화라는 장르에는 인간보다 동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 때문일까. 이 책의 주인공은 루이라는 이름의 백조다. 트럼펫 백조라는 종류인데, 우리말로는 울음고니라고 한다. 우는 소리가 트럼펫 소리 같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란다.

 

우는 소리로 유명한데 언어장애로 소리를 내지 못하는 백조가 있다면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루이가 바로 그러하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며, 의사소통도 어렵게 되어 사회생활이 여러모로 힘들게 되기 마련이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 가서 글자를 깨우치지만 인간에게는 유효해도 백조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책은 샘이 어느 봄날 아빠와 캐나다의 숲지대에서 캠핑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고즈넉하고 인적조차 드문 깊은 들판. 이곳에 남쪽에서 날아온 트럼펫 백조 부부가 둥지를 튼다.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이 공존하는 문장이 독자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찰나 우연한 계기로 샘과 트럼펫 백조 부부는 친구 사이가 된다. 훗날 태어난 새끼 백조 루이도. 이 작품은 루이와 샘의 깊은 우정이 끝까지 이어지고, 샘의 도움으로 루이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게 된다.

 

아빠 백조가 훔쳐온 트럼펫으로 소리를 내지만 한편으로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된 루이. 그는 샘의 도움으로 온타리오의 청소년 캠프, 보스턴의 공원 호수, 필라델피아의 나이트클럽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며 돈을 저축한다. 이 대목에서 인간과 백조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작가는 천연덕스럽게 기술한다. 처음엔 어리둥절하고 의구심을 표하지만 금방 인간 사이의 관계처럼 대등한 존재로 인정한다. 나아가 인간의 (돈을 향한) 탐욕도 말미에 슬쩍 보여주면서 백조의 정직함과 대비시켜 부끄러움을 유발케 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암컷 백조 세레나와 재회하여 사랑과 행복을 성취하고, 열심히 모은 돈으로 아빠 백조는 떳떳하게 빚을 갚으며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동화의 전형적 구성이다. 또 다른 동화의 특징인 우연성을 작가는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주요 대목마다 의존하고 있어 단순히 운이 좋다고 하기에는 자연스런 전개와도 다소 어긋난다. 루이가 너무도 쉽게 샘을 발견하는 것, 필라델피아 호수공원에서 폭풍에 휘말려 떨어진 세레나와의 조우 등. 아마도 이 작품의 약점을 꼽으라면 이게 대표적이 아닐까 싶다.

 

작품의 축은 아빠 백조의 부성애, 루이와 샘의 우정, 그리고 루이와 세레나의 사랑이다. 장애를 지닌 아들을 위해 위험과 명예를 무릅쓰고 트럼펫을 훔친 아빠 백조. 유난히 드높은 자부심을 지닌 그로서는 불가피하지만 양심에 생긴 흠집은 회피할 수 없다.

 

밤하늘을 날면서 아빠 백조는 자신의 물음에 스스로 분명하게 대답했다.

그건 내 아들 루이를 사랑하기 때문이지.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 (P.103)

 

루이와 샘의 우정은 각별하다. 샘의 도움으로 루이는 글자를 익혔고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으며 세레나와의 사랑과 자유를 무사히 이루어 낼 수 있었다. 샘은 루이를 통해 자연과 동물에 보다 깊은 이해와 사랑을 품게 되었으며 자신의 진로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루이와 세레나의 사랑.

 

루이의 마음은 오로지 아름다운 사랑, 세레나한테만 쏠려 있었다. 오직 세레나만을 위해 그 곡을 연주했던 것이다. (P.196)

 

이제 루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백조였다. 마침내 진짜 트럼펫 백조가 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말하지 못하는 불행과 어려움을 마침내 이겨 낸 것이었다. (P.200)

 

이 작품은 동화를 떠나서 트럼펫 백조의 생태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미국과 캐나다 사이를 오가며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방식, 군집으로 어울리며 생활하는 습성, 그리고 사랑과 짝짓기 등이 작품 전반에 세심하게 반영되어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트럼펫 백조에 대한 준 전문가적 식견을 자부할 수 있을 정도다.

 

자유는 정말 멋졌다! 사랑하는 것은 정말 행복했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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