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열쇠 - 아버지가 남긴 인생의 기적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송소영 옮김 / 마일스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현대인에게 서재는 낯선 개념이다. 우선 책 자체를 많이 읽지 않는다. 책 외에 무수한 즐길 거리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현혹한다. 또한 종이책에서 서서히 전자책으로 형태가 옮아가는 과정이니 서재의 필요성은 감소한다. 더욱이 서재를 꾸밀만한 공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비좁은 아파트나 빌라에서 언감생심 서재 공간은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자못 도전적이다. 종이책을 읽는 기쁨과 즐거움, 유익함을 강조한다. 책을 통해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선언한다.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인생을 바꿔준 책 1천권으로 서재를 꾸밀 수 있다면 서재는 마음 욕실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1천권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1백 권으로 마음 샤워실, 그조차도 많다면 10권으로 우선 마음 세면대를 만들라고 권고한다.

 

시대를 역행하는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서재를 만들고 거기에 자신이 읽은 책을 채워가는 거지. 그러는 동안에 그곳은 너의 성역이 되고 네 인생 전부를 만드는 근본이 되었을 거야. (P.70)

 

저자는 이러한 내용을 소설 형식을 택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소설로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는 개인적 생각이지만, 어쨌든 독서가 퇴보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물간 종이책의 의의를 고헤이가 아버지 마사히코의 유언을 좇는 과정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핵심적 메시지는 책 속의 책인 <서재를 권하다>에 들어있다.

 

인생을 바꿀 정도의 책과 만나는 기쁨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P.174)

 

책을 많이 만날수록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놀라는 일이 늘어갑니다. (P.182)

 

독서습관이 있는 인생과 독서습관이 없는 인생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매우 다릅니다. 그래서 경험에도 큰 차이가 생깁니다. 인생의 깊이와 기쁨, 그것을 느끼는 마음의 풍요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P.196)

 

책 속에서라면 영혼을 뒤흔들 정도의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을 매우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P.240)

 

독서습관은 인생을 극적으로 변화시킵니다.....마음 하나가 변했을 뿐인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경험에 놀랄 때가 있습니다. (P.202)

 

이 책에서 주장하는 독서의 가치는 눈부셔서 과장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결국 저자의 언명은 진실과 일치한다. 다만 인생을 바꿀 정도의 책을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다는 사실에 견주어 볼 때 저자의 의견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가 생각될 수 있다. 저자는 적절한 대답을 준비해 놓고 있다.

 

쓸모없는 책은 없다 꼭 필요한 일만 하는 삶은 아주 불안정한 삶 (P.247) - 어떤 책을 읽든 자신의 마음을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되면 그뿐입니다. (P.248)

 

책 읽기의 목적은 상식적인 감각을 키우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답게 살아갈 용기>를 얻는 데 있습니다. (P.215)

 

작중에서 고헤이는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다. 불구가 된 손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호구지책으로 마지못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상사는 언제나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유능한 후배들은 쑥쑥 성장하여 추월한다. 가토를 바라보는 심정도 질투와 체념이 뒤섞인 착잡함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은 우연과 해피엔딩의 전형적 도식으로 구성된다. 고헤이가 그토록 거부했던 아버지 마사히코의 존재는 그를 제외한 주변의 인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음이 차츰 밝혀진다. 그들 모두는 마사히코를 본받아 서재를 꾸몄던 것이다.

 

고헤이, 괜찮아. 인생은 재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야. (P.77)

 

마사히코의 격려는 빈말이 아니었다.

 

(뛰어난 재능이 아니라) 좋은 습관이 훌륭한 결과를 만든다는 것은......진리입니다. (P.193)

 

독서 행위는 단독적으로 이루어지며, 그 혜택도 독서하는 이에게 전속된다. 이렇게 볼 때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 행위로 간주될 수 있지만, 저자는 독서의 진정한 가치는 실천에 있음을 강조한다.

 

책 읽기는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P.261)

 

타인을 위한 책 읽기로 진정으로 행복한 인생을 실천할 수 있다. (P.267)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좋은 책 1천 권의 서재를 마련하기는 솔직히 힘에 부친다. 더군다나 221쪽에 쭉 나열된 좋은 책의 유형에 해당하는 것은 과연 몇 권이나 될 것인지 자문해 본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게 강렬한 도전의식과 목표의식을 부추긴다. 원래 개인적 목표는 1천 권에 대한 독서단상을 쓰는 데 있다. 이 중에서 인생을 바꿀 좋은 책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물리적 서재가 불가능하다면 글로써나마 마음 욕실을 조성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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