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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의 보물 - Fantastic Adventure 2
H.라이더 해거드 지음, 최홍 옮김 / 영언문화사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는 생각,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느낌인데. 영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를 연상했다면 올바른 추론이다. 현대의 모험영화들은 모두 이 소설에 일정부분 채무를 지고 있다. 그리고 인디애나 존스가 시리즈로 이어진 것처럼 이 소설의 화자 겸 주인공인 앨런 쿼터메인도 역시 이어지는 작품들에 계속 얼굴을 비친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는 모험정신이다. 원시시대 식량을 구하는 방법은 수렵과 채집이고, 이는 거주터를 벗어날 것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모험소설은 인물들의 불굴의 도전과 모험정신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험정신과 탐욕이 결부된 것이 서양의 대양 시대와 이후 근대 문명을 이끈 원동력인 개척 정신이자 자연정복이라는 오만함이기도 하다.
사람이 전심전력을 다하면 지구상에 못 갈 곳은 없다고 보네. 움보파,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은 없어. 오르지 못할 산도 없고, 건너지 못 할 사막도 없지. 사람이 머리를 쓰고, 애정으로 이끌리고, 목숨을 미련 없이 던져 생사 여부를 신에게 맡길 수만 있다면 어떤 산이든 강이든 정복할 수 있네. (P.77)
모험소설과 영화에서 인물들은 절대가치를 지닌 보물을 찾아 낯선 곳을 훌쩍 뛰어든다. 인간의 욕심이란 하나뿐인 생명을 무릅쓸 정도로 강력한 법이다. 인간 비극의 원인이지만 극복할 수 없는 본능이랄까. 권선징악의 논리에 따라 선한 주인공들은 다소간의 난관을 겪지만 대개 어떤 식으로든 성공을 거두지만, 악한 인물들은 탐욕에 집착하여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다. <반지의 제왕>의 골룸처럼.
보물을 탐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결과를 맞았습니다. 우리도 그 사람들 중 하나가 되겠지요. (P.314)
결국 사람들이 온 생애를 다 바쳐 얻으려는 재산이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셈이다. (P.317)
19세기 작품이니만치 유럽 제국주의 시각이 고스란히 배어있음은 당연하다. 작품 배경이 남아프리카 지역임에도 뜬금없이 솔로몬 왕의 전설을 견강부회한 것은 아프리카 토착의 고대 문명을 인정하지 않음이다. 쿠쿠아나 왕국의 잔혹하고 야만적인 풍습과 왕과 왕자, 주술사 등은 이국적 정취와 더불어 문화와 인종의 열등성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이것의 전형적 사례가 주술사 가굴이 행하는 처녀 제물 의식이다. 일찍이 그리스‧로마신화의 안드로메다와 이피게니아에서 근래의 영화 <킹콩>에서와 같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의례는 뿌리 깊다.
미지의 세계,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보물, 게다가 온갖 위험을 무릅쓴 모험, 이런 모험소설의 원조로서 이 작품의 미덕을 꼽아본다. 먼저 아프리카 오지 배경이라는 점. 당대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던 아프리카 대륙 내부의 생경함, 줄루족 문화와 이국적 풍경의 아름다운 묘사. 실재한 석조유적과 서양인들에게 친숙한 솔로몬 왕의 전설을 연계하여 흥미를 유발시킨 점도 있다.
훗날 수차 영화화되었을 정도로 흥미롭고 극적인 모험 전개도 빼놓을 수 없다. 코끼리 사냥, 사막 종단, 미지의 원주민 국가, 야만적이며 이국적인 풍속, 마녀 주술사 가굴의 존재, 왕권을 둘러싼 전쟁, 보물동굴 유폐와 탈출 등. 아울러 움보파의 출생의 비밀과 커티스 대령의 동생 수색에 깔린 복선 설정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데 기여한다.
예술성으로 모든 소설을 평가할 수는 없다. 대중과 독자들은 킬링타임 용으로서 흥미진진하여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기꺼이 애호한다. 대중소설이라고 폄하할 필요도 없다. ‘재미’는 대중소설의 미덕이자 문학성의 잣대로서 의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