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 가고 싶다
조헌주 지음, 김녕만 사진 / 동아일보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추석 연휴 초반에 부모님을 모시고 강진과 완도, 해남 일대를 여행하였다. 띄엄띄엄 몇 차례 다녀본 곳이어서 생소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좀 더 깊이 있는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사전에 읽게 되었다.

 

강진군 여행안내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유형의 책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순전한 가이드북으로서 여행정보 제공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실용적이다. 반대편에 해당하는 게 여행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인이나 여행 작가들이 여행하면서 겪은 경험과 소회를 글로 녹여낸 것으로 읽는 재미가 가장 쏠쏠하다. 이 책은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데 강진군의 볼거리, 먹을거리 등 여행정보를 위주로 하면서 딱딱하지 않게 글쓴이의 감상과 소회를 적절히 첨가한다.

 

강진군에서 기획하였지만 글쓴이에게 집필을 의뢰한 것은 그가 강진 출신인 연유이리라. 자신의 고향을 널리 소개하고 홍보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감회도 남다를 것이다. 기자답게 글이 깔끔하고 질척대지 않아 좋다. 역시 기자 출신의 사진작가가 촬영한 생생하고 절묘한 사진도 자체의 영상미와 함께 독자의 이해와 흥미를 한껏 유발한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그곳에 가서 내용과 부합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솟구칠 정도니 일단 성공한 셈이랄까. 물론 출간된 지 십년 가까이 경과했으니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한 대목도 군데군데 있지만 대도시만큼 정신없을 정도로 변하지는 않아 아직까지는 유용하다. 부록으로 커다란 강진군 관광지도도 제공하니 만치 실용성도 갖추고 있다.

 

강진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그곳이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라는 사실이다. 교과에서 익히는 다산의 명저가 저술된 곳이 강진의 유배처다. 다산초당과 다산기념관, 그리고 다산과 인연 깊은 백련사까지. 다산초당에 과거 두 차례 가본 적이 있어 이번 여행길에는 들르지 않았지만 백련사 정도는 다시 갔었으면 어떨까 뒤늦게 후회한다. 책에서 한 단락을 할애할 정도면 굳이 다산이 아니더라도 천년고찰의 유서 깊은 아름다움을 여실히 목도했을 텐데. 한편 최초 유배지였던 강진읍내의 사의재는 강진군에서 한옥체험관으로 개발 중인데 작년에 이색적 숙박 경험을 가져 기억에 남는다.

 

이번 여행길의 주안점은 강진군의 북부권역에 두었는데, 이 책의 도움 덕분이다. 북동쪽의 하멜기념관과 전라병영성은 개발과 복원 때문에 현장이 어수선하지만 정비가 완료되면 거대한 규모의 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 확실하다. 조선에 조난된 후 십여 년간 억류되었다 간신히 탈출한 하멜이 오늘날 자신을 테마로 한 관광자원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마을 곳곳의 네덜란드식 돌담이 인상적이다.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와 (책에는 소개가 없지만) 다소 거리가 있던 비자나무도 위용을 자랑한다.

 

북서쪽은 소위 무위사 지구다. 많은 보물을 품은 무위사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차밭의 시원한 정취, 새로이 복원 중인 호남 삼대정원 중 하나라는 백운동정원과 월남사 터까지 역사와 자연을 함께 아우를 수 있다. 백운동정원은 책에 소개가 없는데 최근에야 복원이 진행 중이다. 다산이 연작시를 남길 만큼 빼어난 정경을 자랑하는 곳인데 잘만 정비되면 담양 소쇄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곳이다.

 

읍내의 영랑생가 뒤편에 모란테마공원이 조성되었는데 역시 책 발간 이후의 일이다. 그밖에 동부권역의 청자박물관과 마량항은 물론 강진군의 특산물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옴천 토하와 군동 메주가 기억에 남는다. 먹을거리로는 강진한정식이 유명세를 지니며, 짱뚱어탕도 토속음식으로 먹을 만하다.

 

강진군의 으뜸산은 단연 월출산이지만 읍내에서 남쪽으로 드라이브하다 보면 제법 산세가 날카롭고 웅장한 바위산들이 줄줄이 공룡의 등뼈마냥 늘어서 있다. 저자가 책에서 눈맛이 좋은 산으로 소개한 (만덕산과) 석문산, 덕룡산, 주작산이다. 이 산세가 해남으로 더 이어지면 두륜산과 달마산을 거쳐 땅끝마을의 사자산까지 연결된다. 석문계곡에 공원을 꾸며 놓았는데 계곡의 양측을 최근에 아찔한 구름다리로 연결하여 사랑의 구름다리로 칭한다. 앞서 언급한 바위산의 굳건한 기세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포인트다. 가우도의 출렁다리와 짚라인과 함께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기에 충분하다.

 

군 하나를 오롯이 소개한 여행 책자는 흔치 않다. 요새는 지역마다 관광유치에 힘을 기울이다 보니 홈페이지에 관광자료를 신청하면 브로셔 및 관광지도를 보내주는 곳도 많이 있다. 그것도 의미가 있지만 결국 단편적 정보에만 치중하게 된다. 이런 안내책자가 있다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접할 수 있고 간과하기 쉬운 곳에도 관심의 빛을 던질 수 있다. 그것을 군청에서 기획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실용성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대놓고 음식점이나 토산품점 연락처 등을 제공하는 점도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다. 강진지역을 여행할 계획이 있는 이들이라면 사전에 일독하며 여행코스를 짜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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