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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리틀 - 숲속나라 책마을 12
E.B.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문명식 옮김 / 숲속나라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제목이 각인되었던 작품이다. <샬롯의 거미줄>의 작가가 쓴 세 편의 동화 중 첫 번째다. 스튜어트 집안의 둘째로 태어난 ‘스튜어트 리틀’이 생쥐를 닮은 외모에 키가 7cm 밖에 되지 않아 발생하는 갖가지 우스운 상황과 모험담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아이들이 썩 재미있게 읽을 만하다.
작가의 무심한 듯한 시치미가 인상적이다. 인간 가족에게서 생쥐가 태어난다는 기묘한 설정과 자연스레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태도. 인간과 동물 간의 스스럼없는 의사전달. 대양의 항해마냥 박진감 넘치는 공원 연못의 돛단배 경주. 모형자동차를 타고 마갈로를 찾아 떠나는 스튜어트 리틀의 여행길. 일일 교사가 되어 제법 그럴듯하게 선생티를 풍기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면. 작은 생쥐라는 점을 제외하면 인간과 구분이 없다.
동물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의 행동 양태는 하나같이 인간과 유사하다. 작가가 인간이니만치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이 작품에서도 스튜어트 자신은 물론 고양이 스노벨과의 적대 관계와, 새 마갈로와의 친구로서의 우정 등이 두드러진다. 가끔은 순수한 동물의 본성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본능과 충동에 충실하며 위선과 가식이 없는 것에 우리는 끌리지 않던가. 그런 면에서 주인공이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해리엇 양과 데이트를 하려고 준비하는 장면과 카누가 망가져 설레던 데이트가 망쳐서 분개하는 대목에서 오히려 묘한 공감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제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놓더라도 인간과 생쥐는 한 가족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 성년이 된 자식은 슬하를 떠나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기 마련이다. 스튜어트는 인간이라면 아이에 불과하지만 생쥐로서는 성인이다. 마갈로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그는 떠나게 될 수밖에 없다. 스튜어트는 마갈로를 찾아 북쪽으로 간다.
북쪽에는 뭔가가 있지. 다른 방향들하고는 확실히 다른 무엇 말이다. 내 생각이지만, 북쪽으로 가고 있는 사람은 절대로 실수하지 않을 거야. (P.163)
전화선 수리 기사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똑바로 북쪽으로 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도 말하지만, 스튜어트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가겠다고 의지를 드러낸다. 여기서 북쪽은 단지 방위가 아니라 스튜어트의 삶이 지향할 방향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길은 힘들지만 올바르면서 밝은 길이다.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땅을 바라보니, 길이 무척 길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맑았습니다. 스튜어트는 어쨌든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