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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덕구 ㅣ 파랑새 사과문고 9
이동렬 지음, 김 담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반려동물의 비중이 일상사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현대사회가 고착화될수록 사람사이가 멀어지고 사람에게 정주기가 어려워짐을 반증한다. 변덕스럽고 골치 아픈 사람보다는 차라리 말없이 충직하게 고독한 주인들 곁을 지키는 반려동물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여러 반려동물 중 개의 존재는 특출난데, 우리나라도 개에 대해서는 제법 할 말이 있다. 북한의 풍산개는 그렇다 치고 남쪽의 진돗개와 삽살개라면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겠지만 전래 이야기나 교과서 등을 통해서 우리에게 유독 친숙한 개는 바로 진돗개다.
이 책의 주인공 덕구도 진돗개다. 다만 순종은 아니다. 하긴 순종, 잡종이 뭐 그리 대수이겠는가. 사람은 종자를 가리지 않으며 짐승에 대해서만 엄격히 종자와 혈통을 구분하는 습성이 우스울 뿐. 잡종견보다 못한 순종인간이 세상에 널려 있는 게 현실이다. 세간의 소위 개만도 못한 인간이란 표현은 그런 면에서 적절치 않다.
덕구가 맞닥뜨린 사회는 비정하다. 호시탐탐 잡아채서 보신탕집에 끌고가려는 개장수, 그나마 안심하고 평온한 생활을 할 수 있지만 대신 불임수술을 받아 본능을 제한하는 동물보호소. 개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곳은 도시에는 없다. 덕구가 강원도 산골로 분양된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산장에서 덕구는 자유롭고 활달한 나날을 보낸다. 닭을 노리는 들고양이와 살쾡이를 물리쳐서 용맹을 입증하고 등산객들을 선도하여 탁월한 지력도 인정받는다. 덕구의 명성은 전국적으로 자자해진다.
호사다마라고 할까. 배은망덕한 등산객 때문에 길을 잃고 허기에 못 견뎌 헤매다가 보신탕집에 잡혀 생사의 기로에 선 덕구. 조난당한 등산객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끝내 눈 하나를 잃게 된 덕구.
외눈으로 보는 이 세상도 아름답기는 두 눈으로 볼 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P.178~179)
덕구의 뛰어난 점은 기실 올곧은 심성에 있다. 누군들 가슴 한켠에 아픔과 쓰라림을 품지 않은 이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덕구는 믿음과 순수로 세상을 살아갔다. 의리와 희생은 단지 그것의 한 결과일 뿐이다.
이 책은 강원도 철원군 복계산의 한 산장에 있었던 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개는 등산객을 안내하였으며, 주인이 준 음식이 아니면 먹지 않았다고 한다. 도무지 실제 같지 않기에 실화라는 점이 더욱 생경하면서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인간에게 가까운 개를 음식으로 삼는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외국과 일각에서 두드러진다. 하지만 우리의 오래된 음식문화를 무작정 배척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현실적으로 금지가 어렵다면 사육과 도축에 있어 다른 식육짐승과 같이 온당한 관리를 하고,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다.
반려견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한때 귀여워하다가 훌쩍 버리고 마는 애완견 취급도 잘못이다. 반려견도 자체의 의의를 지닌 온전한 생명으로서 인정과 대우를 받길 바란다.
덕구 이야기를 읽으며 개와 관련된 이런저런 상념이 떠오른다. 아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느낌을 품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