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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외 ㅣ 청목 스테디북스 62
셸 실버스타인 지음, 이상영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셸 실버스타인의 대표작 세 편을 한 권에 모두 담았다. 연전에 앞의 두 편을 읽었는데 도서관에서 잠시 짬을 내어 읽는 바람에 차근차근 음미하지 못한 게 아쉬워서 이 책을 구하였다. 편집과 판형 등에서 이편이 보다 일반적이어서 무난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나무의 아낌없는 희생이 다시금 가슴 찡하다. 나무는 그것을 희생으로 생각하지 않을 테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위하여 가진 것을 내어줄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자연스레 아이를 향한 부모의 모습이 투영된다. 부모와 나무를 비유한 데서 문득 풍수지탄이 떠오른 걸 보면 동·서양의 인식이 비슷하다.
미안해, 아무 것이라도 너에게 주었으면 좋겠는데......
내게 남은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구나.
나는 늙어 버린 나무 그루터기일 뿐이야.
미안해...... (P.51)
요즘은 집집마다 애완동물을 제법 많이 키운다.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주민들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어디 개뿐이겠는가. 고양이, 거북이, 이구아나, 앵무새, 하늘소, 열대어 등 키우는 방식은 다르지만 사랑을 쏟는 심정은 동일할 것이다. 개중에는 사람보다도 더 각별히 애정을 주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다. 상대방 또는 나를 돌보아주는 사람이 내게 사랑의 념을 품고 살뜰하게 마음을 써준다면 마음은 저절로 그쪽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별 볼일 없는 평범한 사람, 사물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중하고 특별한 존재로 승화된다. 그것이 사랑의 힘이다. <값싼 코뿔소를 사세요>에서 우리가 코뿔소를 사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일은 아주 쉽습니다. (P.112)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 쪽>은 역설적인 내용의 작품이다.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기 위한 동그라미의 고행이 눈물겹다. 이곳저곳을 방랑하며 그가 갈구하는 것은 완전한 동그라미로 거듭나서 완벽한 행복을 누리는 데 있다.
비바람을 무릅쓰고 뒤뚱뒤뚱 굴러가는 동그라미, 바다도 건너고 산길도 낑낑대며 올라간다. 여러 조각들을 만나지만 너무 크거나 작아서 아귀가 맞지 않고 모양이 안 맞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꼭 맞는 조각을 만나서 그들은 완벽한 동그라미로 거듭난다. 이제 그들에게는 오로지 행복만이 눈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하지만 완벽한 동그라미는 너무 잘 굴러서 주변과 이웃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입이 막혀 즐거운 노래도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찾았던 조각을 살며시 내려놓는다. 비록 다시 이가 빠진 동그라미로 돌아갔지만 이제 그는 이전보다 행복하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한다. 그래서 자신을 채워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서 정처 없이 배회한다. 그것은 배우자가 될 수도 있고, 지식, 재능 아니면 영혼의 갈증을 달래는 신앙일 수도 있다. 완전함을 지향하는 정신이 인류 발전의 흐름이긴 하지만 완전함이란 어차피 불가능하지 않은가. 오히려 현재의 자신에게서 간과했던 미덕이 없는지 되돌아본 적이 있는가. 부족함에서 행복을 발견한다면 안분지족은 안자만의 즐거움은 아닐 것이다.
원래 이가 빠진 동그라미였을지 누가 알겠는가. 잃어버린 한 조각은 애시당초 없을 수도 있다. 그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것이다.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가는 탐색의 과정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가 자신과 세계를 되돌아보는 구도의 여정이었던 셈이다. 그가 첫 번째로 마주친 조각이 이를 웅변한다.
난 너의 읽어버린 조각이 아니란다.
난 누구의 부분도 아니고
난 그냥 하나의 조각일 뿐이라구. (P.153)
실버스타인의 글과 그림은 언제나처럼 간명하면서 핵심을 잘 짚어간다. 진실에는 많은 말이 필요치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