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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자서전 - 세기를 넘는 젊은이들의 인생 교과서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강미경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벤자민 프랭클린이 어떤 인물인지 웬만한 사람들은 대개 알고 있다. 아이들의 위인전 전집에도 등장하며, 그의 이름을 딴 유명한 다이어리도 팔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에 관한 기록물을 남겼다. 그것도 매우 뛰어난 수준으로.
아마 내가 그의 자서전을 처음 읽은 것도 중학생 때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범우 사루비아문고라는 청소년 문학시리즈의 한 권인데 제법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물론 대단한 사람이라는 흐릿한 인상에 남았을 뿐이지만. 제대로 된 프랭클린 자서전을 읽어보고 싶다. 그래서 프랭클린이란 인물이 진정 얼마나 위인인지 진면목을 이제 성숙한 시각에서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펼쳐든다.
무엇보다 그의 솔직성이 두드러진다. 그는 자신의 공과를 가감 없이 적는다. 공적은 자랑하지 않고 과오는 숨기지 않고 자기비판한다. 젊은 시절 한때의 방탕과 친구의 아내에 대한 성적 집적거림 등을 보면 그 역시 평범한 젊은이였을 따름이다.
이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였다. 다시 한 번 삶이 주어진다면 절대로 그런 방탕한 생활은 하지 않을 것이다. (P.106)
하지만 이건 정말이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인생에 있어서 또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P.111)
프랭클린의 훌륭한 인품과 태도는 대부분 후천적이다. 스스로 지켜야 할 덕목들을 선정해서 계획표에 따라 주간, 월간, 연간으로 실행 여부를 관리하는 방식은 훗날 자기계발 유형의 원조 격에 해당할 정도로 효과적이며 선구적이다. 그가 제시한 13가지 덕목들을 언급하는 것은 오늘날도 유효하다.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침착, 순결, 겸손. 이 덕목들을 지키고 체화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했으니 그가 후년에 고매한 인품과 덕의 상징으로 추앙받았음은 놀랄 일이 아니다.
번개가 전기임을 증명한 과학자로서 유명하지만, 인쇄업자로 출발한 그는 신문발행인이자 당대의 저명한 정치가요 독립운동가인 동시에 사회개혁가이기도 하였다. 현재의 필라델피아 도서관을 설립하고, 소방대와 병원, 대학 설립 등 새롭게 인식한 주요 업적 등은 그의 전인적 풍모를 알게끔 한다.
여기서 프랭클린의 생을 뒤쫓으며 시시콜콜 그의 업적을 찬양할 필요는 없으리라. 프랭클린 자신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자랑의 목적으로 자서전을 썼다면 이 책은 당대에 조용히 사멸할 운명에 처해졌을 것이므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변변찮은 교육도 받지 못하고 어릴 때부터 생업 현장에 뛰어든 인물이 훗날 수많은 미국인과 세계인들이 흠모하는 인물이 되었다는 점은 범상하지 않다. 그 과정 속의 근면과 절제, 치열한 분투 등은 당연할 것이며, 보다 완벽한 인격 수양을 위한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난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언제까지나 간직하겠다고 결심했었다. (P.142)
정통적, 보수적인 기독교 교리에 반감을 지니고 있던 그가 타락의 길에 빠져들지 않았던 사유 중 하나는 바로 사고의 건전성에 있었다. 특정 종교에 무관하게 훌륭한 인간으로서의 공통적 자질을 쌓고 지키려고 노력한 건전함 말이다.
그는 행운과 요행을 고대하지 않고 자신의 발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성취를 중시하였다. 관념의 허상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일상과 현실의 사회를 개선시키기 위해 고민했다. 건전한 실용주의라 할만하다.
인간의 행복이란 어쩌다 생기는 횡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일에 있는 것이다. (P.297)
뛰어난 가문 출신 또는 하늘이 내린 천재와 같은 인물들은 비록 외경하고 감탄할망정 존경의 념이 들지 않는다. 좌우를 둘러볼 때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각고의 노력(물론 정직하다는 전제로)을 기울여 세상에 큰 족적을 남겼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들을 숭배하고 존경한다. 그것이 얼마나 지난한 여정이었음을 본능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바로 그런 유형의 위인이다. 많은 후대인들이 여전히 실패하면서도 본받으려고 계속 애쓰는 연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