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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자본론 -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민음사 / 2015년 11월
평점 :
저자가 자부하는 츠타야 서점은 기실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서점 내에 음반점, 문구점, 때로는 커피점도 입점해 있는 구조는 일본과 우리네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다르다. 도서의 분류 및 배치 방식, 전문적 능력을 갖춘 접객원(concierge)의 존재, 그리고 고객을 배려하는 디자인 등. 더욱이 도서관은 비교할 여지가 전혀 없음을 인정한다.
이 책에서 전개되는 저자의 논리 구조는 두 가지 방향이다. 먼저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대한 인식이다.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서 소위 서드 스테이지라고 해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단계라고 본다. 따라서 디자인이 매우 중시된다. 또 하나는 비즈니스의 지향점이다. 저자는 고객가치의 제고를 최우선시 한다. 판매자, 관리자의 시각이 아니라 고객의 가치와 행복을 늘리는 고객의 관점.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과 다케오 시립도서관이 획기적이면서도 생경하지 않은 점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게다가 편안함을 자아내는 휴먼 스케일도.
기획은 이 두 가지를 결합시키는 행위다. 즉 고객 가치를 제고하는 제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기획이며 기획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기획가는 곧 디자이너다. 따라서 기획은 고객이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에서 수립되어야 하며, 현장과 유리된 기획은 어불성설이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디자인’은 결국 ‘제안’과 같은 말이다. (P.50)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가 이 책의 부제다.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된다고? 왠지 거부감이 드는 문구다. 모든 사람이 기획과 디자인 능력을 갖춘다면 좋은 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기획 능력이 부족하다면 시대의 추세에 낙오되는 열등한 부류의 인간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책표지를 찬찬히 살펴보니, 원래의 부제는 조금 다르다. ‘모든 기업이 디자이너집단이 되는 미래’. 비슷하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무엇보다도 주체가 다르다. 개인이 아닌 기업.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디자이너기업이 될 필요가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지적 자본의 축적 여부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것이므로.
따라서 기업은 모두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기업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둘 순 없다. (P.41)
각설하고 CCC의 주력사업인 도서, 음반, 영상물 및 전자제품 등 유통은 오프라인이 쇠퇴하는 산업분야다. 제아무리 디자인과 고객가치를 외쳐본들 한물간 꽁무니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 대세인 온라인에 매진하는 게 보다 현명하며 수익성에서도 유리하지 않겠는가. 저자는 이렇게 밝힌다.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은 각기 장단점이 있으며, 현실세계는 즉시성과 직접성이라는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 사람을 배려하는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온라인도 병행하지만 결코 오프라인의 미덕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책은 저자의 성공담과 철학을 소개하는 외에 대개 독자를 향한 메시지도 던지는데, 저자의 당부는 자유 개념에서 두드러진다. 저자는 자유를 독특하게 개념 짓는다. 자유란 마음대로로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본다. 본능과 충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성과 목표에 충실한 삶의 태도.
어쩌면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방문객 수, 츠타야 서점의 매장 수, T-포인트 회원 수 같은 계량화된 지표는 별 의미가 없다. 우리들이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철학과 CCC의 성공신화에 반드시 주목할 필요도 없다. 책장을 덮고 훌쩍 다이칸야마로, 하코다테로 아니면 다케오시로 떠나서 우리 자신의 눈과 몸과 마음으로 둘러보면 충분할 것이다. 고객가치라는 거창한 표현도 불필요하다. 이용객들로 활기찬 구내, 깨닫지 못한 라이프 스타일의 신선한 제안, 심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디자인 등을 목도하면 모든 것을 알아차리지 않겠는가. 불현 듯 그곳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