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걸쳐 2장의 DVD를 봤다. 대단한 열성이라고 해야겠지. 누구에게나 풋풋한 꿈이란 있는 법. 어렸을때 위인전을 읽고 가슴벅찬 기억도 있지만, 라디오에서 또는 TV에서 비치는 멋진 배우나 가수의 모습에 가슴앓이를 한 것도 유쾌한 추억으로 남는다. 오히려 이런 꿈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불쌍하다고 위로해 줘야 맞겠지.

어디 어릴때 뿐이랴. 이제 삼십을 훌쩍 넘긴 내가 핑클의 꾸준한 지지자라는 사실이 그걸 말해준다. 본인들의 자평과도 같이 이젠 성숙한 여인네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네 여성이지만. 데뷔 당시는 말그대로 요정이라는 별칭이 적합하였다. 그들의 깜찍하고 귀여움, 풋풋한 신선함, 앙증맞은 춤동작 등 한마디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내가 로리타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벌써 8년째라고 한다, 가수입문한지. 이제는 핑클은 더이상 없다. 공식해체는 없었지만 그들이 후속앨범을 낼 전망은 미약하다. 효리와 주현은 솔로로 활동중이고, 유리는 완전히 연기자로 전업에 성공하였다. 이진만이 약간 어정쩡한 편이지만.

이진, 네 멤버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을 주었던 인물이다. 어찌 보면 넷중의 네번째라는 X맨의 평가가 틀리지는 않았던, 제일 약한 캐릭터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그 어색함과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함이 맘에 다가왔다. 뭐라고 그럴까, 한눈에 매료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눈이 쏠리는 타입이라면 과찬일까.

하긴 각자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지닌 존재였다, 핑클은. 물론 효리가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솔로앨범을 내던 시절은 찌라시 연예가소식은 완전히 '섹시 효리'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었다. 물론 그녀가 섹시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너무 한 방향으로 몰고가니 거부감이 생기기조차 한다.

넷중에서 옥주현이 내가 그닥 선호하는 유형은 아니다. 난 뭐랄까, 너무 튀고 나서는, 액션이 크고 요란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옥주현이 여기에 속한다. 더우기 다이어트 이후에 180도로 변모한 그녀를 난 아직도 브라운관에서 잘 구분하지 못한단. 본인으로서는 통통녀에 대한 열등감과 슬픔이 컸겠지만 달라진 그녀를 보면 내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핑클 Forever'를 구입한 걸 보고 여자친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그따위 것을 왜 사냐 하는 얼굴이다. 평소의 내 행동으로서는 납득이 가지않는다나. 그래, 나도 때로는 주변경계를 허물고 속인이 되고 싶다. 자신은 가수 싸이나 다른 누구의 콘서트를 가고 싶다고 했으면서.

누구에게나 풋풋한 꿈은 가지고 있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만의 아름다운 전유물이다. 타인의 비평이 필요치 않는. 그래서 내게 핑클의 이번 결산물은 의미가 있다. Belle Epoch 를 상기시키는 상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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