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학교 3 창비아동문고 156
E.데 아미치스 글, 김환영 그림, 이현경 옮김 / 창비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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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찾아 삼만 리>의 원작은 제3권에 드디어 등장한다. ‘이 달의 이야기5월에 해당하는데, 여기서의 표제는 압뻰니니 산맥에서 안데스 산맥까지. 압뻰니니 산맥, 우리에겐 아펜니노 산맥으로 익숙한데 이탈리아를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어 이탈리아를 상징하고 있다.

 

열세 살 마르꼬가 소식이 끊긴 엄마를 찾으러 홀로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친숙하다. 요즘에는 이탈리아가 아르헨티나보다 생활수준이 높지만, 19세기에는 아르헨티나가 보다 잘 사는 나라였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마르꼬가 아르헨티나로 가서 단번에 엄마를 찾은 게 아니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로자리오를 거쳐 꼬르도바, 다시 뚜꾸만으로 글자 그대로 삼만 리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대장정을 인내하였음도 새삼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만큼 가족 간의 단절될 수 없는 사랑을 극적으로 드러낸 작품도 드물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머나먼 아르헨티나로 식모살이를 떠난 엄마, 어린 나이에도 온갖 고난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일편단심으로 엄마를 찾기 위해 전력하는 아들. 그네들의 극적인 상봉은 비단 동화가 아닌 소년소설에서도 결코 감동을 줄이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또 한 가지, 이탈리아인과 이탈리아 소년이 갖추어야 할 투철한 의지와 도전정신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다. 범선에서 슬픔에 잠긴 소년을 위로하며 진정한 제노바인의 정신을 소리 높여 외치는 뱃사람, 무일푼이 된 마르꼬를 데리고 선술집에서 동포들에게 애국심 발휘를 호소하는 롬바르디아의 할아버지와 이에 호응하는 이탈리아인들. 그리고 다음 문장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마르꼬는 고개를 꼿꼿이 들었습니다. 강인하고 훌륭한 제노바인의 피가 그의 가슴에서 자존심과 대담함이 담긴 뜨거운 물결로 다시 흘렀던 것입니다. (P.84)

 

마르꼬의 이야기는 이 작품에 소개된 여러 이 달의 이야기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제3권의 거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른 에피소드가 적은데, 통상적인 애국적 소재는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통일의 영웅인 가리발디 장군의 서거와 국경일 행진 등이 그러하다. 특히 이딸리아라는 장에서 아버지가 엔리꼬에게 국경일을 맞이하여 조국에 인사하고 맹세하라고 알려주는 내용과 표현은 거의 기도문의 수준일 정도로 비장함에 오글거린다.

 

난 당신을 존경하며 온 마음을 바쳐 사랑합니다. 그리고 당신에게서 태어난 것, 그리고 당신의 아들이라 불리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성스러운 조국이여! 당신의 모든 자식들도 형제와 같이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나는 정직하고 부지런하며 끊임없이 내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시민이 되겠습니다......당신이 허락해 준다면 나의 소질과 몸과 마음을 바쳐 겸손하게 그리고 용감하게 당신에게 봉사할 것을 맹세합니다. (P.123~124)

 

이 권에서는 마르꼬 외에도 휴머니즘을 담은 이야기가 여러 편 들어있다. ‘곱추 어린이들농아 소녀가 그렇고, 마지막 이 달의 이야기난파선도 소녀를 살리고 자신은 죽음을 택한 이탈리아 소년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감명 깊게 서술하고 있다.

 

신생 통일 이탈리아의 화합과 단결과 발전을 기원하는 작가의 심경은 작품 곳곳에 직간접적으로 투영되어 있다. 그것에 대한 집착과 전념이 강렬하여 때로는 부담스러움을 자아내지만 그럼에도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은 결국 작가가 꿈꾸는 조국의 미래는 모두가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따뜻한 세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서는 계급과 신분, 신체장애에 의해 누구도 차별받지 않으며, 서로가 상호 배려를 아끼지 않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유달리 마지막 권에 집중적으로 휴머니즘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을 수록한 게 아니었을까. 결국 순수한 사랑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그리고 학교는 바로 아이들, 미래를 이끌어갈 존재들인 그들을 올바르게 교육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기에 중요하다. 어머니는 학교를 어머니에 비유하며, 엔리꼬에게 학교를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덧창이 닫힌 이 소박한 흰 건물, 네 지성이 처음 꽃봉오리를 피운 이 작은 정원은 네 삶이 끝나는 날까지 머릿속에 그리게 될 거야. 내가 너의 목소리를 처음 듣던 집을 아직도 그려 보듯이 말이다. (P.168)

 

한 학년을 마치는 시기는 어수선하며 기쁨과 슬픔이 어우러져 착잡하다. 한 반으로 지냈던 친구들 중에서 다른 반으로 갈리는 친구는 헤어져야 한다. 물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기대와 설렘도 있지만. 친구들과 작별을 고하는 엔리꼬. 하지만 엔리꼬가 다시 그들을 볼 수 있을지는 기약할 수 없다. 아버지의 일 때문에 이사를 하고 전학을 가게 되었으므로. 그리고 <사랑의 학교>는 끝난다. 우리에게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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