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학교 2 창비아동문고 155
E.데 아미치스 지음, 김환영 그림, 이현경 옮김 / 창비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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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느꼈던 생경함과 이질감, 그리고 일말의 거부감은 이제 많이 줄어들었다. 이미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집필 의도 내지 주제 의식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게 된 연유다.

 

2권을 관통하는 전반적 기조도 이런 면에서 제1권과 다르지 않다. 통일 이탈리아의 단합과 결속을 공고히 하고, 단일국가로서의 국민의식과 애국심을 고취시킨다. 그리고 사회 전 계층의 화합과 장기적 발전을 위하여 초기단계에서의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건강한 애국심이라면 물론 국민으로서 가슴에 품고 고취해야 할 감정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애국심이 변질되어 폭력과 비극을 양산하는 사례를 역사를 통해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만약 내게 요구하셨다면 난 국왕께 다른 것들을 드릴 수 있었을 거요......바로 내 피요. (P.170)

 

퇴역군인인 꼬렛띠의 아버지가 국왕에게 바치는 충성심을 드러내는 문장이 가슴 뭉클한 동시에 당혹감이 생겨나는 것은 이것에서 유래한다. 긍정적 관점에서는 투철한 애국심, 부정적 관점에서는 맹목적 애국심, 훗날 이것이 나치즘과 파시즘으로 변질되었으니.

 

한편, 엔리꼬와 꼬렛띠 사이의 불화에 대해 엔리꼬의 아버지의 훈계는 진정한 용기를 직설하는 동시에 은연 중 군국주의를 흐를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탈리아 통일전쟁에서 무수한 희생을 치룬 군인들에 대한 존경심을 인정하고 배양할 필요성은 납득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 제2권에서 특징적인 장면은 2, 이달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아버지를 간호한 소년이야기다. 자신의 아버지로 알고 성심껏 간호를 하였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 소년은 그 중환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변함없이 곁에서 돌봐준다. 진정한 휴머니즘의 발로!

 

학교를 이끌어가는 중추적 역할은 교사, 즉 선생님에게 있다. 학창시절을 회상해 보면 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해 준 선생님에 대한 추억은 대부분 갖고 있으며 이는 평생의 소중한 자산이다. 내게도 역시 그러한 분이 계시다. 되돌아보면 그분이 딱히 내게 특별한 배려와 정성을 쏟은 것은 아니었지만, 남과 달리 내게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셨다...오늘날 교사는 많지만 인생의 선생님이라고 칭할 만한 분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는 듯하여 안타깝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위해 많은 애를 쓰셨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지식과 마음을 여러분에게 바쳤으며, 여러분을 위해 살고 죽는 분들에게 꼭 인사를 하고 이 곳에서 나가야 합니다. 바로 저기 계신 분들입니다. (P.124-125)

 

시상식 대목에서 평의원이 이렇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진정한 선생님의 중요성과 고마움에 대한 찬사일 것이다. 그리고 모처럼만에 이야기의 전면으로 등장한 엔리꼬의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자신의 어릴 적 옛 스승을 찾아가는 장면도 같은 맥락으로 연계된다.

 

학교의 존재 의의와 기능에 대한 논란은 오늘날도 여전하다. 대안학교의 수효와 영향력이 나날이 증가하는 현실은 공교육 체계가 전체 학생들을 포괄하지 못함을 가리킨다. 산업혁명 시절에 창안된 공장식 교실 시스템에 대한 반발도 제기된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을 인정하더라도 공립 보통학교의 다음 순기능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고 친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P.104)

 

엔리꼬는 학교를 마친 후 친하게 지내던 노동계층 친구들과 헤어져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이때 엔리꼬의 아버지는 계급이 차이나고 훗날 직업과 신분이 다르더라도 어릴 적 친구들과의 관계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오히려 타 계급 친구와의 우정이 갖는 소중함을 피력한다.

 

난 네가 속해 있는 계급 밖의 우정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란다. 그런 우정을 지켜 나가지 않는다면 넌 한 계급 안에서만 살게 될 거야. 오로지 한 계급의 사람들만 사귄 사람은 한 권의 책만 읽는 학자와 마찬가지란다. (P.206-207)

 

우리의 경우도 국공립과 사립 등으로 체계가 구분된 경우 일부 부유층은 사립을 선택한다. 그들은 출발선상에서부터 보통의 다수와 차별을 둔다.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장해서는 사회 지배층으로 자리 잡는다. 그의 친척과 지인, 친구들은 같은 계층에 국한되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국민을 위해서, 서민을 위해서라는 영혼 없는 상투적 발언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때 우리는 그네들의 진실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맑은 하늘, 노래 부르는 어머니, 열심히 일하는 어른, 공부하는 소년들, 아름다운 것들이 여기 다 있구나...... (P.159)

 

멋진 봄날 아침, 엔리꼬의 선생님이 창문을 바라보면서 하는 말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우러지는 장면. 아름다움은 세속과 동떨어진 곳에 있지 않으며 일상 속에 깃들여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참된 교육은 자연은 물론 타인과 함께 배려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데 있는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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