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가 뚫어 준 울타리 구멍 작은책마을 20
손춘익 지음, 이은천 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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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

1. 심술꾸러기 상어와 이상한 안경

2. 송아지가 뚫어 준 울타리 구멍

3. 꽃씨와 봄

4. 멍멍이의 자장가

5. 바닷속 장난감 풍금

6. 나룻배의 첫 손님

7. 민들레와 나비

8. 시골로 간 예쁜이

9. 까치와 야옹이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 의미에서 동화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일단 배경은 시골이나 자연이 되어야 하리라. 각박한 도시에서의 삶은 왠지 전통 동화랑 어울리지 않는 성 싶다. 다음에 등장 인물들도 순박한 시골 아이 또는 동물과 식물 등의 자연물이 적당해 보인다. 때로는 우화에 가깝다 해도 본질상 동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심술꾸러기 상어와 이상한 안경><바닷속 장난감 풍금>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물고기들에게 벌어지는 장난기 섞인 일화를 가벼우면서도 우습게 잘 그려내고 있다.

 

<멍멍이의 자장가><까치와 야옹이>는 각각 강아지와 고양이라는 대표적 동물을 내세웠다. 아기의 낮잠을 다른 동물들이 방해하지 않도록 동분서주하는 강아지의 노력이 가상하다. 반면 까치를 잡아먹으려고 무리하다가 진퇴양난에 빠진 고양이 또한 밉상스럽기보다 우스꽝스럽다.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우리들의 전래상의 심상은 변함이 없다.

 

<꽃씨와 봄><민들레와 나비>는 꽃을 소재로 삼았다. 전편은 외딴 곳에 떨어진 꽃씨 하나가 매서운 겨울의 시련을 견뎌내고 예쁜 꽃으로 피어나는데 성공하였다는 어쩌면 진부하기조차 한 제재인데 관건은 식상함을 잊게 만드는 글 솜씨와 표현에 달려 있을 것이다. 후편은 보다 우화에 가깝다. 민들레와 일편단심을 약속한 나비가 다른 꽃들의 화려함과 유혹에 빠져 민들레를 잊어버리는 점, 시들어버리는 민들레와 찬바람이 불어 쇠락한 나비가 민들레를 찾아 헤매는 장면. 이런 점들이 인간들의 세상과 마음속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시골로 간 예쁜이>는 상대적으로 독특한데, 도시에서 시골로 보내지는 장난감들의 슬픔과 애환, 그리고 두려움이 강하게 드러난다. 영화 <토이 스토리>를 통해 알 수 있듯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한때의 즐거움이자 추억이지만, 장난감들에게는 자신의 전 생애라고 하겠다. 그네들이 시골 아이들에게서나마 행복한 시절을 보내기를 바란다. 다만 언제 적에 쓰인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시 대 시골이 부유 대 가난으로 도식화된 점이 눈에 거슬린다.

 

<송아지가 뚫어 준 울타리 구멍><나룻배의 첫 손님>은 시골을 무대로 삼은 작품이다. 전편에서 비로소 사람이 제대로 등장하지만, 역시 주인공은 송아지다. 이웃하여 의좋게 지내던 친구 두 명이 어미 소가 송아지를 낳기 시작하며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단지 며칠 상간으로 어차피 태어날 송아지임에도 남보다 더 먼저 가지고자 하는 욕망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사소하지만 원래 사람 사이는 사소한 걸로 틀어진다. 한번 벌어지면 쉽게 아물지 못하는 게 또 인간관계이기도 하고. 그것은 자존심 내지 쑥스러움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되어 있다. 사람들의 허점을 무심히 아우르는 송아지들을 보며 급소를 한방 맞은 듯 멋쩍음을 느끼게 된다.

 

후편에서 나룻배를 타고 장으로 팔려 나가는 송아지의 심정은 이와 다르다. 송아지를 팔지 않으면 안 되는 가난한 농부와 팔릴 운명에 처한 송아지, 그네들의 삶도 표정도 신산하기 그지없다. 강물을 오고가는 나룻배는 손님들을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건네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연도 강물에 드리운다. 긴 겨울을 마치고 이른 봄에 맞이하는 첫 손님, 나룻배의 마음도 분명 새롭게 들떠 있다. 매해 노랑나비가 첫 손님으로 나타나기만을 바랄 뿐.

 

동화의 본질은 작가의 말처럼 동심을 위한 문학이다. 동심을 그리고, 동심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학. 그것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가슴 가득한 흐뭇함과 뭉클함을 느낄 수 있는 연유이기도 하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전형적인 전통적 동화라고 불릴 만하다.

 

도시 아이들의 눈으로 볼 때 수록된 많은 글들의 내용이 이제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도 어려운 먼 옛적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시골과 자연의 정감을 듬뿍 담은 글과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이 어떤 인상과 느낌을 갖게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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