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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ㅣ 생각하는 숲 1
셸 실버스타인 지음 / 시공주니어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마을문고 독서시리즈 세 번째. 한 시간 정도에 세 권을 읽은 셈이니 아무리 분량이 적은 아동도서라고 하더라도 수박 겉핥기만 하고 온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다음에 정독할 기회를 다시 갖도록 해야겠다. 어쨌든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한 이 작품을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읽어나간다.
셸 실버스타인의 특징이자 장점은 글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삽화를 그린다는 점이다. 글과 그림이 이질적이지 않고 작가의 의도를 혼연일체로 반영하고 있음은 큰 미덕이며, 덧붙여 간소하며 담백한 문장이 모노크롬의 삽화와 매우 잘 어울리고 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부분에 주목할지 궁금하다. 설마 나무의 경제적 유용성을 언급할 아이들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나로서는 나무를 자연으로 확대 적용하면 자연의 관대함과 대비되는 인간의 탐욕을 연상한다. 인간은 자연에게 의지해 살다가 어느덧 조금씩 조금씩 빼앗다가 종내는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인간이 결국 의존할 것은 자연임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굳이 자연물로 이해하지 않고 인간으로 의인화하면 더욱 흥미롭다. 우리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될 것인지 또는 아이 같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 각자에게 질문을 던져봄직 하다. 우리는 상대방의 처지와 심정도 헤아리지 못한 채 오로지 자기의 필요와 관점에서만 상대방(그것이 가족이든 친구든 단순한 지인이든)은 물론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자성해 본다.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존재가 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항상 이익과 혜택만을 기대하는 우리들.
아이는 어릴 적 나무의 품에서 나무를 제일로 여기고 즐겁고 행복해한다. 나무에 걸어놓은 하트 표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아이가 나중에 크면서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생활을 위하여 서서히 나무를 떠난다. 나무는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내주면서도 마냥 행복하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아이가 행복하다면.
문득 나무가 부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다. 부모는 아이가 살아가는 내내 헌신한다. 양육, 학업, 취직, 결혼, 주택, 사업자금 등등. 아이는 너무나 당연한 자기 몫인 양 부모에게 요구한다. 나무가 아낌없이 제 몸을 주는 동안 서서히 생명을 잃어가듯이 부모도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아낌없이 나누어준다. 아이가 자라나고 부모는 늙어간다.
마지막 장면은 다소 감동적이다. 모든 것을 내준 나무는 행복했지만 사실은 행복하지 않았다. 늙어 지친 아이가 돌아와서 기대고 앉을 곳을 만들어 주었을 때 나무는 진정 행복하였다. 그것은 자신이 아이에게 진정 가치가 있고 사랑하는 아이가 곁에 있음에서다.
언제나처럼 실버스타인의 삽화는 여운을 남긴다. 아이를 향해 반가운 마음에 가지를 손 마냥 내뻗는 나무. 아이와 서로 꼭 껴안는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