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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둘째 아이와 마을문고에 갔을 때, 짬을 내어 읽은 책이다. 칼데콧 상이라고 제법 권위 있는 동화상을 수상하였다. 동화책이 아닌 그림책으로 분류될만한 정도이니 사실 내용으로는 특별한 게 없다. 그림책답게 글보다 형형색색 그림의 비중이 더 높아서 글 잠깐 읽고, 그림 한참 바라보는 식으로 책장을 넘긴다.
아이들은 노는 게 일이다. 가만히 앉아서 놀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방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집안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뛰어다닌다. 어른들, 특히 주부 입장에서는 그대로 놓아둘 수가 없다. 여기에서 아이와 엄마 간 갈등이 비롯된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고 심지어 벌을 주는 부모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 그리고 반발심.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어른의 간섭이 일체 없으며 내가 왕이 되어 무엇이든 마음대로 정말로 신나고 즐겁게 한없이 놀 수 있는 머나먼 섬으로. 어른이 있으면 안 되니까 사람이 사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무인도? 그건 또 재미없다. 그래, 괴물들이 사는 곳, 무섭고 험상궂고 잔인하며 덩치가 산만한 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그곳에서 아이들은 왕이 되고 싶다.
그림책 속의 괴물은 온갖 다양한 생김새와 동작으로 무섭게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왠지 귀엽고 순진하며 심성이 착하게 생겼다. 아이의 고함소리 한 마디에 움찔한다. 그야말로 아이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괴물답다. 괴물들과 한바탕 맘껏 놀이를 즐기는 장면이 큼지막한 삽화로 자세히 표현되어 있다. 아이와 괴물들의 신나는 표정도 드러난다.
그림책의 결말은 아이가 집에 돌아오는 모습과 아이 방에 저녁밥이 차려져 있는 장면이다. 아무리 티격태격하더라도 아이는 부모 없이 살 수 없으며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하늘이 내려준 준 것이다. 우리네나 서양이나 삶의 모습은 동일한 모양이다.
몇 세 정도의 아이들이 읽을 책인가. 유창하지는 않지만 글을 읽어야 하므로 제 힘으로 보려면 5~6세쯤이 제 나이로 생각된다. 일곱 살이 되는 둘째 아이가 옆에서 책을 보며 킥킥거린다. 슬쩍 제목을 보니 <초원에서 살아남기>라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