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티치티 뱅뱅 -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언 플레밍 지음, 존 버닝햄 그림, 김경미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아주 어릴 때 읽었던 책 중 세부적인 스토리는 기억 안 나지만 굉장히 흥미진진하여 제목이 유달리 각인되었던 동화책이 있었다. <치티치티 빵빵>이라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갑자기 그 책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하여 열심히 검색해 보니 이것이 바로 그 책이란다.

 

솔직히 놀랐다. 명성이 자자한 007시리즈의 원작자가 이 작품의 작가라는 사실. 그것도 노년에 썼으니 자신의 원숙한 작가 역량을 단번에 발휘한 셈이다. 작가의 이력을 반영하듯 이 작품에도 첩보 소설과 같은 특성이 다수 반영되어 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새삼 알아채게 된다. 특수기능이 장착된 차량, 범죄 집단, 주인공의 위기일발과 같은 흥미로운 극적 장치 말이다.

 

어른이 되면 한 가지 섭섭한 점은 어릴 적 읽었던 재밌는 동화책을 과거만큼 몰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순수성을 잃었고 작품의 내용에 끊임없는 비판과 감시의 눈초리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앞으로 쑥쑥 나아가기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주력한다. 그럼에도 편린이나마 그때의 느낌을 되새겨줄 수 있다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이 작품처럼.

 

이 동화의 주인공은 유감스럽지만 포트 가족이 아니다. 멋진 자동차, 치티치티 뱅뱅이야말로 단연 주인공이다. 생각해보라, 1960년대에 인공지능을 갖춘 자동차라. 도로에서는 달리고, 공중에서는 하늘을 날고, 바다에서는 물위를 쏜살같이 미끄러져 가는 차. 상황을 스스로 감지하여 자신의 판단에 따라 운전자에게 선택하라고 지시하며, 빨리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주저 없이 바보라고 내뱉는 그런 차다. 외관은 어떠한가? 앞뒤 똑같은 검정색 딱정벌레와는 수준을 달리하는 초록색의 멋진 레이싱카.

 

포트 중령은 작가 자신의 분신이며, 첩보원 같은 지식과 판단력을 겸비한다. 괴짜라는 점도 유사성이 있지 않을까? 제러미와 제미마 쌍둥이 남매의 용기와 재치도 빠뜨릴 수 없다. 무엇보다도 어리숙한 악당 몬스터 조 일행이다. 전설적인 은행 강도인 그네들이 꼬마들의 속임에 넘어가서 제대로 실력발휘도 못해보고 잡혀버리니 쌍둥이들을 잡아놓고 의기양양하게 온갖 젠체하던 장면이 오히려 우스워질 뿐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에서 초콜릿을 빼놓을 수 없다. 몬스터 조와 포트 가족, 치티치티 뱅뱅이 조우하여 사건이 해결되는 장소가 파리의 유명한 초콜릿 가게라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가 드러난다. 게다가 봉봉 씨가 쌍둥이에게 안겨주는 어마어마한 사탕과 초콜릿 상자는 거의 어린이들의 로망이 아니겠는가!

 

여기서는 스토리 라인의 지나치게 단선적 구조, 우연성의 절묘한 결합 등 시시콜콜한 흠을 굳이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작품에서는 언급하였지만 단지 작가의 사망으로 말미암아 멋진 자동차의 또 다른 모험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 오로지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이 책이 절판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로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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