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잡아먹히지 않는 빨간 모자 이야기
마이크 아르텔 지음, 짐 해리스 그림, 한강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그림 형제의 유명한 빨간 모자 이야기를 리메이크하였다. 원작에서는 늑대가 빨간 모자와 할머니를 잡아 먹지만, 사냥꾼이 이들을 구해내고 늑대는 물에 빠져 죽는 것으로 기억한다. 작가는 이렇게 생각한 듯하다. 주인공 빨간 모자는 너무 소극적이다. 사냥꾼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잡아먹히고 말았을 것이다. 명색이 주인공인데 잡아먹히면 쓰나, 죽지 않고 살아서 오히려 신나게 골탕먹여야지.

 

그래서 미국 루이지애나판 빨간 모자가 등장하였다. 미시시피강 유역이라는 지역적 특성답게 늪을 배경으로 하여, 늑대는 악어로 대체되었다. 빨간 모자는 흠, 오리로! 동화에서 우화로 변신 완료! 원작의 늑대와 마찬가지로 악어 클로드도 음흉하지만 다소간 멍청한 캐릭터다. 빨간 모자의 막대기 한 방에 무서워서 늪에서 후퇴를 한 것이나, 매운 소스가 발라진 소시지를 오리 고기로 착각하여 다시는 오리 고기는 가까이 하지 않게 된 것들이 말이다.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빨간 모자를 돕는 똑똑한 고양이 티진. 갑작스레 장화신은 고양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여기서 착안했는지 모르겠으나 빨간 모자가 위기를 탈출한 것은 전적으로 고양이 티진의 재치 덕택이다. , 그런데 실제로는 오리랑 고양이랑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나 모르겠다, 고양이가 가만 있으려나?

 

삽화는 큼지막하면서도 세밀하게 동화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인물들을 유머스럽고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동화책보다는 그림책에 가깝다. 악어 클로드는 커다란 덩치에 흉악함과 우둔함을 겸비할 수 있게 사실적이며, 특히 할머니 집의 액자에서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그림은 절로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든다.

 

삽화가의 유머 감각이 남다른 점은 이야기 중에 등장하지 않는 다섯 번째 캐릭터를 창안해낸 데 있다. 빨간 모자와 티진 일행과 모험을 함께 하는 생쥐를 눈여겨보자. 늪에서 고양이 꼬리에 매달려 목숨을 구한 장면은 오히려 약과다. 압권은 맨 뒤에 있다. 악어를 물리치고 빨간 모자와 할머니가 풍족한 만찬을 즐기는 식탁, 그 아래에 티진과 생쥐도 함께 만찬을 즐긴다. 커다란 치즈에 몸을 기대고 고양이와 마주 앉아 치즈를 음미하는 생쥐의 여유작작한 태도를 보라. 다음 모두가 오수를 누리는 시간. 생쥐는 친구를 불러와 남은 음식들을 접시째 날라간다. 한쪽 눈을 뜨고 의자 위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티진.

 

빨간 모자 이야기의 상투성에 싫증을 느끼거나 소극적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쨌든 빨간 모자는 악어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용기와 재치로 가뿐하게 물리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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