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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의 크리스마스
아츠코 모로즈미 그림, 모 프라이스 글, 한강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이 연중 가장 고대하는 날은 자기 생일, 어린이날, 그리고 크리스마스다. 다른 날들이야 그렇다 치고 크리스천도 아닌데 크리스마스를 학수고대하는 것은 오로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주고 갈 선물에 대한 기대감 탓이다. 그렇다, 산타클로스. 이 존재를 부분적으로라도 믿는가 아닌가에 따라 유아와 어린이가 구별된다는 전언도 있으니. 부모로서는 아이가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산타클로스의 파트너는 유명한 루돌프다. 캐럴에서도 나오는 빨간 코의 사슴. 물론 썰매를 끄는 동물이 사슴이 아닌 순록이라는 사실을 점차 알게 되겠지만 아이들에게 사슴과 순록의 차이를 굳이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고 많은 동물들 중에서 하필 순록이 썰매를 끌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누구나 품을 수 있게 마련이니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 마음에 떠오르는 호기심은 재빨리 충족시켜 주어야 부모가 편안해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구가 늘고 선물을 줄 아이들의 수도 늘어남에 따라 종래 두 발로 이동하여 선물을 나눠주던 산타도 더 이상 힘에 부치게 되었다.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산타 마을의 요정들이 썰매를 고안하였고 이를 끌 동물들을 공모하였지만 적합한 동물을 찾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계곡에서 다리를 다친 순록을 구하기 위해 친구 순록들이 썰매를 끌어서 산타는 무사히 다친 순록을 구조할 수 있었고 이후로는 순록이 계속 산타의 썰매를 끌게 되었다는 간략하지만 제법 설득력 있는 이야기.
유아 대상의 동화책이니만치 이야기에만 치중하면 안 된다. 글밥의 비중은 최대한 줄이고 시각적으로 상상력과 영감에 호소할 수 있는 큼지막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그림책이라고 해야 맞겠다. 말 그대로 동화풍의 인물과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살아있는 듯한 삽화들은 독서에 관심 없는 아이들의 관심을 쏠리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 책의 옮긴이는 유명 작가인 한강이다. 그는 동시대의 작가로서는 드물게 동화를 직접 쓰거나 번역한 경우가 제법 있다. 짤막한 동화 번역 책에서 그의 인간적 내음을 접하게 되니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