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다센카
카렐 차페크 지음 / 나제통문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차페크는 작가이면서 정원가이자 동물애호가였다. 순문학작품을 떠나서 이런 유형의 책자를 대하고 나면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가의 인간적이며 일상적인 면모에 친근감을 갖게 된다.

 

다센카의 품종은 와이어 헤어드 폭스테리어다. 삽화와 사진을 보면 털이 약간 복슬복슬하지만 날렵한 자태로 영리하게 생겼다. 다센카의 탄생, 성장, 그리고 장난에 이르는 일련의 생장과정을 보면 누구라도 귀엽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호감을 갖게 되는 다센카에게 더욱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은 차페크의 유머러스한 문체라고 하겠다. 다센카의 짓궂은 모든 장난에도 그는 줄곧 따스한 시선을 보낸다. 다센카의 입양 보내기로 전반부는 마감된다.

 

후반부는 다센카를 위한 8개의 옛날이야기로 작가가 다센카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너자이저 장난꾸러기인 강아지를 진정시키려는 작가의 노력이 가상하다. 그래야 사진 찍는데 움직이지 않고 잠시라도 멈춰있다고 하는데...

 

이야기 자체는 순전히 개의 자긍심을 돋워주는 내용이다. 다센카의 조상 포크시의 전설적 영웅담, 폭스테리어가 땅을 파헤치는 사유는 선조가 묻은 잘라진 꼬리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 천국에 살던 폭스테리어의 가장 선조인 폭스가 천상에서 지상으로 쫓겨나게 된 이유 등. 폭스테리어와 다른 종의 개와 탄생 신화의 차이도.

 

인간이 무리를 지어 살기 시작한 것은 개를 따라했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인간과 개의 친연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우리 자신이 개들에게 떳떳한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함께 생활하는 인간이 개들의 동료인 셈으로, 개들은 인간을 몹시 사랑하고 따르지.” (P.98)

 

인간과 너는 피보다 더 끈끈하고 강한 것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것은 바로 신뢰와 애정이다.” (P.101)

 

부록으로 실려 있는 강아지 사진찍기와 다센카의 앨범은 별미다. 오래된 흑백사진들이지만, 대작가에게서 애정을 듬뿍 받고 동화책의 주인공 자리마저 차지한 장난꾸러기의 당당한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덕택으로 다센카는 불후의 성명을 남기게 되었으니 이를 알면 저승에서도 기뻐하리라.

 

* 이 책은 오래전에 절판되어 시중에서 구하기가 힘들었다. 이제 용산도서관에서 간신히 찾아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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