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2 기담문학 고딕총서 6
워싱턴 어빙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알함브라에서 마주친 인물들(백작가족, 퇴역군인)에 얽힌 일화를 삽입하는 외에 어빙은 1권에 이어 이국적인 민담과 설화를 계속한다.

 

- 사랑의 순례자 아흐메드 알 카멜 왕자: 헤네랄리페 성

- 무어인의 유산에 관한 전설: 칠층탑

- ‘알함브라의 장미와 시동의 사랑: 왕녀들의 탑

- 태수와 잘난 척쟁이 공증인

- 외팔이 태수와 아라비아 준마를 타고 온 병사: 베르밀리온 탑

- 신중한 두 동상의 전설: 린다락사 정원

 

작가가 이렇게 옛이야기를 여러 편 소개하는 연유는 그것이야말로 알함브라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이리라. 낡고 쇠락한 옛 유적의 외형에서 사람들은 영화로웠던 과거의 흔적을 발견할 뿐이며, 더불어 시간의 속절없음과 무상감을 절감할 따름이다. 알함브라와 결부된 이야기는 굳어 있는 유적에 온기를 불어넣고 역사와 민담 속 인물들에게 생명을 부여하여 흥미진진한 사건과 애절한 사랑, 기이한 전설 등 현재에도 스러지지 않는 신비로움이 알함브라 자체의 이국적 정경과 이슬람 문화와 어우러져 마법적 인상을 세인들에게 깊이 드리운다.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강력한 마법은 스페인 사람들이 무어인들의 문화에 대해 품은 생경한 신비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며, 어마어마한 보물은 재정복 이후 여전히 가난한 후인들의 부에 대한 기대와 소망과 환상이 단편적 사실에 근거하여 터무니없이 증폭된 현상이라고 여겨진다.

 

알함브라는 스페인 무슬림인들의 최전성기에 조성된 것이 아니다. 알함브라 궁전은 13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건립되었다. 이때는 11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 기독교 세력들의 대대적 이슬람 축출 활동의 와중이었다. 작가가 들려주는 알함브라의 창건자, 아부 알라흐마르와 완성자, 유세프 아불 하기그의 장은 한 줄기 장엄한 낙조를 바라보는 심정이다. 이슬람 세력의 쇠퇴는 이미 확연해지고, 왕조의 연명을 위해 봉신을 자청하고 동족을 공격해야 하는 처지. 알함브라의 슬픈 운명은 창건과 동시에 예정되어 있었다.

 

어빙은 알함브라를 진정으로 좋아했던 듯하다. 마지못해 그라나다를 떠나는 자신을 보압딜과 비교하여 치코 2라고 지칭할 정도로. 그의 덕분으로 알함브라는 세인의 관심을 얻게 되어방치와 폐허 상태를 벗어나게 되었고, 이후 스페인 정부는 알함브라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식하여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관리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것을 보면 워싱턴 어빙과 알함브라는 서로에게 운명적인 인연이었다.

 

각 권마다 알함브라 궁전을 그린 장면들이 십여 개 정도 삽화로 들어가 있다. 폴 귀스타브 도레와 존 프레데릭 루이스 등 저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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