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드릭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20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C. E. 브록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드릭 이야기라면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처럼. 대신 소공자(小公子)’라고 하면 달라진다. 아련한 어릴 적 추억이 물밀 듯 다가온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은 소공자는 의외로 여전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소년시절의 생생한 감명을 되새기고자 읽은 책들이 오히려 생경함과 실망감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작품의 어떠한 점이 우리에게 호소하는 바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아 그래, 무엇보다도 신데렐라 이야기다. 여기에 소위 출생의 비밀까지 맞물려 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상투적이고 진부함에도 반복하여 끌어오는 제재, 그것은 분명 사람들의 심금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게다가 주인공 세드릭의 천연스러운 순진무구함이라니. 그의 엄마 에롤 부인과 더불어 한켠에는 지극히 선한 사람들이 자리 잡고 반대편에는 도린코트 백작의 완고하고 나쁘다고 할 만한 유형이 상호 대조를 이룬다. 해피엔딩의 결말은 모든 독자를 흐뭇하게 하지 않겠는가.

 

이 작품은 이야기 성격에 충실하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반복적인 도덕적 훈계는 자칫 동화의 재미에 저해를 가져올 수 있다. 버넷의 뛰어남은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의 전개에 몰입시키는 능력일 것이다. 특히 도린코트 백작이 세드릭과의 만남을 통해서 서서히 내면적 변화를 거치며 선한 인간형으로 변모하는 대목은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자아내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면서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세드릭의 미덕은 다음에 잘 정리되어 있다.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 곁에 살면서 항상 착한 생각만 하고 남을 배려하라고 배운 덕분이었다. 아주 작은 것일지 모르지만 결국은 이런 것이 가장 중요하고 훌륭한 법이다......세드릭은 꾸밈없고 순수하고 애정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P.258)

 

이 작품은 다른 측면에서도 소소한 흥미를 제공한다. 미국과 영국이라는 다른 문화권의 비교와 대조다. 신분제도가 없는 미국과, 여전히 귀족과 왕이 존재하는 영국. 미국 독자들에게는 낯선 문화가 이채롭게 다가왔을 것이다. 여기에 부유한 백작으로 대변되는 소위 상류층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

 

동화는 동화로서 수용되어야 한다. 동화는 시대적 속성과 작가의 개성에 종속되며 결코 한계를 초월하지 못한다. 비단 동화뿐만 아니라 어떠한 예술 및 문학 작품도 그러하지 못하다. 동화에 섣부른 비판의 화살을 겨누기보다 한 세기 이상 고전으로서 자리 잡은 그 가치에 주목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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