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밥 공주 창비아동문고 249
이은정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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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동화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무대에 따라 현실 동화와 가상 동화로 구분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현실 동화는 현실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일상적 생활 속에서 인물과 사건을 서술한다. 반면 가상 동화는 가상의 시공간이 배경이 된다. 그것은 먼 과거나 미래가 될 수 있으며, 지상의 실재 공간이 아닌 지하, 해저 및 우주를 무대로 삼을 수 있다.

 

가상 동화는 독자에게 공상과 환상을 제공하기 용이하다. 독자는 제한된 현실을 떠나 무한한 상상을 가슴속에 품을 수 있다. 게다가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좋다. 반면 이야기를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이면 동화의 목적은 많이 상실된다. 이에 비해 현실 동화는 일단 생소함과 이질감을 주지 않아서 좋다. 독자는 친숙한 일상에서 간과하였던 생활을 재발견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린다. 어찌 보면 가상 동화와 현실 동화는 양면성을 지닌 듯하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현실 동화다. 그리고 동화가 주는 정통적 재미와 교훈을 듬뿍 담고 있어 읽는 동안 미소는 물론 콧잔등을 짠하게 한다.

 

안공주가 맞이하는 현실은 행복하지 못하다. 엄마 없는 편부 슬하, 게다가 아빠는 알콜중독 재활원에 가있다. 생활비는 국가에서 나오는 보조금이 전부. 이 작품에는 이외에 청년실업, 집주인과 세입자 간 관계 등 평범한 소시민 사회의 일상과 갈등이 반영되어 있다.

 

정상적이지 못한 환경의 아이들은 자칫 비뚤어지기 십상이다. 어린 그네들이 감당하기에는 세상의 어둠과 시련은 혹독하다. 그래서 이 작품의 핵심적 사건은 안공주의 일순간의 비행에서 비롯한다. 탈탈 털어 560원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안공주 눈앞에 등장하는 해님마트에서 배달 온 수북한 장바구니. 견물생심(見物生心)이며 사흘 굶어 남의 집 담벼락 안 넘는 이 없다는 속담은 허튼소리가 아니다.

 

여기서 현실과 동화는 차이를 보인다. 현실 세상에서 그까짓 남의 장바구니에 손댔다고 두고두고 양심이 찔릴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안공주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안공주의 본성이 어려운 환경에도 선함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럴듯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오히려 맛이 없고, 폭식증에 걸린 양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며, 그나마 먹은 게 체하여 몸이 온전치 못하여 쓰러지기조차 한다.

 

전형적인 동화답게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속물덩어리로 비쳤던 팽 여사는 의외로 가슴이 따뜻한 아이엄마이며, 해님마트의 사장 또한 돈에만 눈먼 장사꾼이 아니다. 안공주의 아빠 또한 반드시 알콜 중독을 극복할 것을 다짐한다.

 

이렇게 사건과 갈등은 해결된다.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도 어린 독자에게 남겨준다. 그런데 이게 다일까?

 

어른이라면 여기서 한걸음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의 자격과 마음가짐, 국가의 소년소녀가장에 사회복지 정책의 제고 필요성 등 거창한 구호는 생각하지 말자.

 

안공주가 원하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다. 따뜻한 가족, 소박한 밥상. 이런 자그마한 소망조차도 이루지 못하는 가정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의 실현과 지원을 위한 개인을 물론 사회와 국가의 역할과 노력은 어떠한가. 여기에서 허울 좋은 정치 구호는 꼬리를 감춰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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