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창비아동문고 192
안미란 지음, 윤정주 그림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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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부문 수상작

 

사회가 날로 복잡 다변화 되다 보니 동화에서 다루는 제재도 더 이상 과거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게 되었나 보다. 게다가 사회의 불안은 자연스레 미래 시점을 통해 역으로 현재를 반추하는 경향을 낳고 있다.

 

이 작품의 경우도 가까운 미래를 배경 삼아 소위 종자 전쟁이라는 잠재적인 생존 위협 요소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씨앗, 즉 종자의 개량에 대한 독점적 특허권이 인정되고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는 우리 땅에 나는 식물이라도 마음대로 재배하고 거둘 수 없는 사회. 이는 여전히 중대성과 심각성이 막연하게 인식되는 영역이다. 뭐 설마 무슨 큰 일이 나겠어?

 

작가의 눈은 폭넓으면서도 예리하다. 시대적 배경을 장점 삼아 곳곳에 현대 사회의 당면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언급한다. 남아선호가 빚은 심각한 남초(男超) 현상. 인스턴트 음식과 과도한 농약과 비료로 죽어가는 몸과 땅. 컴퓨터 시스템에 의존하는 사회와 생활 시스템. 외국인 근로자의 수입과 다문화사회까지.

 

동화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무겁고 암울한 소재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어린이들도 사회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더욱이 초등학교 고학년의 지적 수준은 어지간한 성인에 근접함도 부득불 인정해야 할 것이다. 모두 슬픈 일이다.

 

인류 사회의 제반 문제는 인간의 탐욕에서 연원한다. 안분지족을 모르고 더 큰 것,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를 갈구하는 끊임없는 욕망. 그것은 인간의 발전 동력인 동시에 인간을 구속하는 천형(天刑)이다.

 

과학기술이 인류 사회와 문화에 끼치는 영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 가지 기술의 개발이 수백 년간 내려온 전통과 습관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가고 있다. 더불어 과학기술자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관에 대한 우려와 요구도 못지않게 커가고 있다. 무수한 재난 SF영화는 기본적으로 사악한 과학자의 비뚤어진 판단에서 출발하고 있지 않은가. 이 작품에서도 그러하듯이 과학은 과학일 뿐 그 외의 것은 과학자의 몫이 아니라는 안이한 인식은 자신은 물론 인류에게도 불행을 가져올 것이다.

 

씨앗은 곧 생명이다. 씨앗의 유전적 조작은 생명의 존엄에 대한 모독이고, 씨앗의 상품화는 생명의 상품화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작가는 외친다.

모두의 씨앗, 모두 함께 나눌 수 있던 앎이 이제는 한 사람이나 한 회사의 것이 되었다. 이게 옳은 일인가?” (P.138)

 

그리고 나직이 단언한다.

씨앗은 살아남을 자유와 앞날의 꿈을 품고 있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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