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마을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창비아동문고 267
최양선 지음, 오정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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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나는 대로 동화에도 신경을 기울일 작정이다. 진작부터 그러한 생각을 품고 있었으며, 법정 스님의 글을 읽은 후 확고해졌다. 아무래도 검증된 작품이 시작 단계에서는 좋을 것 같다. 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처럼.

 

사실 동화라고 통칭되는 장르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유아용에서부터 청소년 수준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이러한 작품조차도 동화라고 분류되는 게 타당할까 회의적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동화 장르에 대한 개념과 범주를 폭넓게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 작품 <지도에 없는 마을>도 그러하다. 고학년 부문 수상작이니만치 주제 의식과 다루는 소재, 인물들의 행동 양식 등이 녹록치 않다. 사실 동화라고 가볍게 기분전환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한방 제대로 먹은 셈이다. 아 이것이 요즘 동화의 일반적 흐름이구나 하는 새로운 이해도 얻게 되었다.

 

물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마르크스와는 다른 의미에서 사람을 물화(物化)시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새 제품이 나오면 참지 못하고 이를 구입하고 사용해야 하는 심리적 증후군을 소위 신상(新商)이니 얼리 어댑터니 하면서 우리는 나름 미화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소비를 미덕으로 하며, 소비에 기반을 두어 산업 구조가 지탱되는 체계다. 과거와 같은 근검절약은 배척당한지 오래며, 물건은 도저히 못쓰게 될 때 교체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싫증나면 버리도록 권장된다.

 

바벨 쇼핑센터(바벨이라! 매우 상징적이다)가 소비 사회의 극단적 중추라면, 자작나무 섬의 거대한 고물상은 이의 대척점이다. 버려진 무수한 물건들이 모이는 곳. 거기에 버려진 것은 물품들만이 아니다. 인간성마저 버려지지 말란 법이 없다.

 

인어공주와 바다마녀가 현대 사회와 무리 없이 엮어지는 것 또한 동화의 미덕이다. 인간에 대한 교차하는 애증을 담고 있는 바다마녀. 그녀가 재조립하는 영혼이 담긴 물품은 양면성을 지닌다. 인성의 완전한 소멸과, 다른 방식으로 인성의 보전이라는. 그래서 우리는 바다마녀를 매도할 수 없다. 한편 마지막에 물건에서 풀려난 사람들이 해방에 대하여 행복할지 궁금하다.

 

대체적으로 탐정 소설적 기법을 취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어른에 비해 어린이인 보담과 소라에게 지나친 비중과 능력을 실어준 것은 역시 동화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현대의 오류를 바로잡고 미래를 이끌 존재는 결국 어른보다는 어린이라는 뼈아픈 진실의 반영일까.

 

동화에는 삽화가 들어가야 제 맛이다. 그림은 글만의 상상력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상상적 요소의 가시화를 통해 구체성을 부여하는 장점도 지닌다. 더욱이 책을 좀 더 화사하게 만드는 장식적 요소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들어있는 삽화는 잘 모르겠지만 판화 내지 실크스크린 수법을 사용한 듯하여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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