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프로이트 전집 몇 권을 읽으면서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의 견해를 접할 수 있었다. 그의 독자적 이론은 당대는 물론 현대에도 찬반이 숱하게 격돌하는 전장이며, 그의 이론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프로이트로 인해 인간 심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의 가치는 유효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프로이트는 물론이고 많은 심리학자들의 연구와 분석은 대체로 정신 또는 신경에 병리학적으로 이상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상적인 인간 심리를 알기 위해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에 의존해야 함은 아무리 타당성과 불가피성이 있더라도 마음 한켠 개운치 않았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어려운 것인가. 프로이트의 저서 중에서도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나 <일상 생활의 정신병리학> 등이 있지만 썩 부합되지는 않았다.

 

저자는 이 책에 괴짜심리학(Quirkology)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다. quirk는 별나고 기이함을 가리킨다. 무엇이 그렇게 별나고 기이한지는 실제적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주류 심리학에서 볼 때 여기서 다루는 연구 분야들이 기이해 보이는 모양이다.

 

시간과 날짜의 심리학, 거짓말과 속임수의 심리학, 미신과 초자연의 심리학, 암시와 선택의 심리학, 유머와 웃음의 심리학, 이타성과 인간관계의 심리학의 각 장의 표제만을 보더라도 이 책의 내용이 호기심을 자극하며, 그다지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일상 생활의 심리학’ 정도가 적당한 부제가 되지 않을까?

 

저자가 다루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신호등 앞에서 앞 차가 꼼짝도 안 할 경우 뒤차들이 몇 초나 기다린 후 경적을 눌러대는지 측정한 실험,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과 관련된 직업(저자의 이름도 연관성이 있다)을 갖게 되는 이유를 연구한 실험, 대형 마트의 소량 계산대에서 물건을 잔뜩 계산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분석한 실험, TV 화면의 숨겨진 광고 메시지가 실제 구매율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실험,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을 찾아내기 위한 전세계적 실험 등.

 

소위 정통 심리학의 학문적 엄숙주의와 현학성에 혼이 난 일반 독자들이라면 여기서 언급한 실험과 그 결과에 커다란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기실 심리학이란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게 아니겠는가. 현실 적용이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참말과 거짓말을 파악하는 방법과 가장된 웃음을 알아내는 방법은 유효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다. 뛰어난 주식투자 전문가를 가리기 위한 실험에서 점성술사와 투자전문가를 제치고 다트를 통한 무작위 투자가 더 좋은 수익을 낳았다는 점은 섣부른 주식투자에 경종을 울릴 것이다. 더욱이 현대에도 점쟁이가 득세하는 연유는 인간의 취약성을 깨닫게 한다.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개인으로서 저주파 음악회 실험은 특히 인상깊다. 저주파가 신체와 감각에 영향을 미쳐 초자연적 경험을 갖게 된다는 사실. 교회와 성당의 오르간과 건물 구조상의 음향적 특징 등이 이에 근거한다는 점은 낯설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초저음이 음악 감상의 폭과 감동에 기여함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므로.

 

여하튼 괴짜심리학은 대중에게서 멀어져 간 심리학을 다시금 대중과 재결합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지고 수용할 수 있는 영역에는 열성적인 반응과 호응을 보여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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