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위트 사전
앰브로즈 비어스 지음, 정예원 옮김 / 함께(바소책)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비어스의 문명(文名)을 떨친 작품은 <악마의 사전>이다. 이 책의 표제와 타이틀이 상당히 흡사하지만 원제가 그러한지 아니면 유명작의 명성에 기댄 것인지는 알지 못하겠다. 다만 부제가 ‘판타지 우화집’으로 되어 있어 표제와는 달리 형식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드러낸다.

 

전체 2부로 되어 있는데, 전반부는 작가 자신의 순전한 창작 우화이며, 후반부는 이솝 우화를 인용하여 재창작한 우화로서 전체적으로 전반부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우화란 무엇인가? 새삼스레 답변이 불필요한 우문(愚問)일 것이다. 우화는 2가지 속성을 지니는데 직설적이 아니라 빗대어 드러냄이다. 그리고 교훈과 풍자의 의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재담과는 구분된다.

 

비어스가 빗대는 것은 당대 현실이다. 그가 바라보기에 남북전쟁 이후의 미국은 부조리와 불의가 판치는 어긋난 사회이며, 사람들 역시 그 무대에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본성을 왜곡시키기 위해 여념이 없는 딱한 이들이다. 웬만한 이라면 그저 그러려니 넘어가겠지만, ‘신랄한 비어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날카롭고 예리한 비평을 언론계에서 활약한 작가는 이를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조그만 빈틈이라도 발견하면 뾰족한 송곳으로 사정없이 헤쳐 버리는 필치에 독자는 통쾌함과 아울러 짜릿함을 느낄 만하다.

 

풍자의 대상은 포괄적이지만, 대체로 종교, 정치, 언론, 정부 등이 타겟이 되고 있어 예나 지금이나 공공악의 존재 양태는 변함없으며, 공공 악에 대한 반감도 여전함을 알게 된다. 한편 간혹 드러나는 여성 편견은 시대적 한계라는 생각이 들어 비교적 인종평등 지향적인 진보성과는 묘한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솔직히 이런 우화는 당사자가 읽고 마음속에서 공감을 느껴 피식 웃음이 번져 나와야 즐기는 제 맛이다. 따라서 섣부른 감상 소감은 출근시의 만원 전철에서 이어폰으로 개그 방송을 듣다가 혼자 낄낄거리다가 불현 듯 느끼는 주위의 시선으로 인한 민망함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1부와 2부에서 각각 짤막한(내용의 두드러짐보다는 순전히 길이에 초점을 두고) 우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친다.

 

국고와 정부 권력
국고는 정부 권력이 내용물을 꺼내는 것을 느끼며 외쳤다.
“의원님! 표결을 요청합니다.”
그러자 정부 권력이 말했다.
“의회 용어를 제법 아는 것 같군.”
국고가 답했다.
“예, 저는 입법부가 저를 비워가는 것에 익숙하답니다.”

 

뱀과 제비
법정에 둥지를 튼 제비가 어린 새끼들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어느 날 뱀 한 마리가 벽의 틈새로 기어 나와 새들을 잡아먹으려 했다. 그러자 판사가 즉각 새들을 자신의 집으로 옮기라는 명령을 내리고 자신이 직접 잡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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