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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2년 3월
평점 :
[현대 이론물리학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여태껏 읽어본 교양과학서 중에서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주제, 원문, 그리고 번역의 삼박자가 참으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먼저 주제를 보자. 아인슈타인으로 대표되는 현대 이론물리학의 눈부신 성공과 발전에 전문과학도는 물론 일반인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론물리학의 발전은 또한 수학의 복잡성과도 극적으로 비례하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접하기 어려움도 사실이다. 이러한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바로 교양과학서가 담당한다고 할 때, 브라이언 그린의 이 책은 정말로 뛰어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현대 이론물리학의 세 흐름인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에 대한 소개와 최근의 초끈이론까지도 담고 있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다음 저자의 매끄러운 필치는 번역을 거치면서도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채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 어니스트 러더포프의 인용문처럼 어려운 내용을 평이한 언어로 더구나 흥미진진하게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은 내용을 완전히 꿰뚫고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20세기 전반과 중반을 주도했던 이론이므로 비교적 다양한 입문서를 만나볼 수 있다. 반면에 끈이론 또는 초끈이론은 너무나도 최신이론이어서 전문가들조차도 흐름을 쫓아가기가 어려운 지경이니 어찌 문외한들을 위한 개설서를 기대하겠는가. 하물며 일체의 수학을 사용하지 않은 채로.
한편 원서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번역에 의해서 생사가 좌우되기 마련이다. 내가 최근에 읽은 『붉은 여왕』도 괜찮은 작품이지만, 번역에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적어도 번역에 의해 내용전달이 왜곡되거나 지장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다만 한가지 초반부에 너무나도 많이 등장하는 옮긴이의 참견은 때로는 성미를 돋구기도 한다는 점에서 제발 개정판이 나오게 되면 빼던가 정 아쉬우면 각주로라도 처리했으면 참으로 고맙겠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후로 구입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서도 이 부분 때문에 망설이고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삼박자의 조화에, 깔끔한 편집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과학에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하고픈 그런 책이다. 절대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