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찾아서 - 화엄경 입법계품
법정(法頂) 옮겨 엮음 / 동쪽나라(=한민사)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갈등의 시대에 읽는 구도의 이야기]

화엄경은 수많은 불경 중에서도 가장 방대한 규모와 심오한 사상을 자랑하는 경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게 나온 경우가 드물다. 그러던 차에 법정 스님의 번역으로 화엄경이 부분적으로나마 번역 출간되었다는 정보를 얻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입수하였다. <스승을 찾아서>는 선재동자가 보살의 도를 수행하여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무수한 스승을 찾아가는 구도의 이야기 형식이다. 선재동자는 문수사리보살의 깨우침을 통해 위없는 보리심을 지니게 되고 참된 선지식을 찾아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행을 닦는지’를 덕운비구부터 보현보살까지 쉼없이 묻고 있다. 각각의 선지식이 선재동자에게 가르치는 깊은 의미를 문외한인 내가 해득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한줄 한줄을 음미하면서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하는 것이 종교의 경전을 대하는 자세라고 한다면, 지금의 나는 단순히 호기심에서 마치 소설책을 읽는 듯이 이해가 되건 안되건 그냥 책장을 넘기는데 급급한 형편이다.

그럼에도 삶의 고통에서 허우적대는 가련한 중생을 구하고자 하는 지극한 염원과 선근(善根)을 심고 보살도를 깨우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램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인간사회에서 종교가 간직한 가장 커다란 미덕이 바로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싶다. 나를 수양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서 개인을 안정시키고 사회를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유지하는 역할. 우연의 일치였는지 이 책을 집어든 즈음 미국-이라크전쟁이 발발하였다(전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 인류에게서 전쟁이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하지만 최소한도의 외적 정당성을 갖추려는 모습마저도 거부하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더욱 참된 종교의 가치가 요구된다. 마치 암흑 속에서 한점의 빛이 유난히 밝고 멀리 비추듯이. 책에 대하여 잠시 덧붙이자면, 편집은 전반적으로 깔끔하여 읽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쉽게 풀이하려고 노력하였음에도 여전히 화엄경은 일반독자에게 용이한 접근 대상은 아니다. 더구나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불교용어에 대한 해설이 너무 부족하여 막연한 추측만으로 넘어갈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위없는 보리심’에서 ‘위없는’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몰랐다가 후편격인 <화엄경>에서 비로소 ‘위없는(無上)’을 보고야 어이없어 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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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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