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린 숲으로 간다
이유미·서민환 지음 / 현암사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가깝고도 먼 이웃과의 더불어 살기]
한번 일어난 일은 되풀이 발생하기 쉽다? 요즘 연속해서 숲 또는 풀 등 자연을 다룬 책들을 연속해서 읽게 된다. 얼마전만 해도 거의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었는데.
숲, 숲에 대하여 어떤 느낌이 드는가? 왠지 운치있고 정감이 넘쳐나는 포근한 고향. 하지만 내게 숲은 그저그런 존재일 따름이다. 갖가지 이름모를 나무와 풀, 거기에 손대기조차 싫은 벌레들. 그리고 눅눅하고 음침하며 적막한 분위기. 삶의 대부분을 도회지에서 보내고 있는 나는 숲에 대하여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자연보호를 위하여 숲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에 찬성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부부 저자는 손잡고 우리의 숲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사람과 가까운 존재인지를 역설한다. 소개하고 있는 13군데 숲 중에서 그나마 들어본 기억이라도 있는 곳은 단 하나, 광릉수목원 밖에는 없다. 멀리는 제주도와 울진에서, 가까이는 남산 소나무숲에 이르기까지 전혀 모르던 또는 막연히만 알고 있던 숲의 이모저모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접할 수 있다. 반은 기행문, 반은 안내서라고 할까.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종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한두개 정도 밖에는 이름을 댈 자신이 없다. 후박나무, 구상나무, 잣나무, 비자나무 등 귓가에 스쳐지나간 나무 명칭은 시각적 각인과는 별개였다. 나보고 참 한심하다고 비난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항변하고 싶은 것은 나만이 그렇게 깜깜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면서 특별히 숲과 풀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부를 제외한다면 많은 젊은이들은 숲을 잘 모른다.
숲이 좋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것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우선은 알아야 가까워진다. 이게 무슨 나무고 풀이고 꽃인지, 그것의 특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자라는지를 안다면 더욱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까이에 접할 수 있는 장소가 구비되어야 한다. 꽤죄죄한 몰골로 거리 구석에 서있는 것 말고, 우람하고 당당하게 하늘을 치오르는 기상을 간직한 숲. 인공적으로 다듬어 피운 꽃이 아닌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며 소박한 아름다움을 전하여 주는 야생초. 이런 공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저자들이 소개한 십여군데 숲 중 일반인이 가장 다가가기 쉬운 숲은 없다. 물론 수목원이나 식물원을 가면 되지 않냐고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자연적인 숲과 비교할 수는 없다.
새삼 숲에 대한 동경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얼마남지 않은 우리 숲을 보존하는 과제의 중요성 외에 숲을 사람들과 친밀하게 하는 과제에 대하여도 새삼 고민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