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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양서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감명을 주지는 못한다.]
오래전부터 스테디셀러로 성가가 높은 책이라, 한번은 접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읽은 후의 소감을 말하라면 ‘글쎄’라고 애매하게 흐리고 싶다. 분명히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추천받을 만한 책이긴 하나, 내게 맞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내내 뇌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감옥은 인간의 원초적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새삼 체면을 염두에 둘 필요도 없고, 고상하고 품위있는 언어나 행동을 고집할 필요도 없는 곳. 따라서 옥중서간이라는 타이틀에서 내가 기대한 것은 모든 격식을 훌훌 벗어던지고 인간 본연의 순수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저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단조로운 어투로 바른 말만 하는 도덕선생을 연상하게 한다. 저자는 감옥 안에서 감옥이라는 환경, 그리고 동료 죄수들과 한발짝 떨어져 있다. 가끔은 내밀한 자기성찰도 의의가 있다. 더구나 20년을 복역한 저자의 무수한 서간 중에서 하필이면 이런 내용만 뽑았을 수도 있다. 오죽하면 표제부터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겠는가.
하지만 나는 달리 생각한다. 서신의 거의 9할 정도는 수신인이 형수 또는 계수이다. 아무리 가깝다 하더라도 형수나 계수에게는 말을 가릴 수 밖에 없다. 차라리 형이나 아니면 친구 등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면 그야말로 직설적인 용어나 감정을 그대로 토로할 수 있도 있을테지만, 여기서는 한번더 걸러내고 있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은 저자의 체취가 물씬 풍겨나오고 거기서 뭔가 되새김할 수 있는 그런 유형이다.
이런 연유로 일반적 양서로 추천할 수는 있겠지만, 내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청구회 추억’과 같은 글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