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법정 스님 전집 7
법정 지음 / 샘터사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간단하고 단순한 글 속에 배어있는 산문의 향기]

여기에는 1993년에서 1996년 사이에 쓴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첫 수상집인 <영혼의 모음>이 1970년 전후인 것에 비하면 이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시간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법정 스님의 세상과 만물을 보는 안목의 깊이와 너그러움이다. 반면에 무소유의 생활과 정신은 더욱 심화되고 치열하게 수련되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쉽고 가벼웁게 읽히는 탓에 섯불리 대단치 않게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경지에 오른 이라야만 가능하다. 지난 번 책에는 아직도 학승(學僧)의 면모가 은연중 빛을 발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모든게 하나로 융화되고 삶 속에 스며들어 인위적으로 현학을 과시하고자 하는 풍모가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투명하고 은은한 영혼을 느낄 수 있다.

수십년을 산중에서 홀로 수행하는 삶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다. 얼핏 빼빼 마르고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아닐까 상상이 된다. 도처에 풍기는 따뜻한 인간적 내음은 이러한 나의 생각이 기우에 불과하였음을 보여준다.

부모곁에서 떨어져나와 아파트에서 홀로 지낸지 벌써 한해반이 다가온다. 스님의 말대로 자기 식대로 살려면 투철한 개인의 질서가 전제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된다. 특히 게으르지 않아야 된다는 말이...아무도 일깨워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스스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

요즘 일상이 너무 나태해지고 있음을 절감한다. 특히 아침 출근시간은 완전히 고역이다. 툭하면 늦잠에 지각이 일쑤다. '아침형 인간'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에 추세를 반영하지는 못하더라도 오히려 퇴행하고 있는 자신에 씁쓸함마저 느낀다. 하지만 어찌하랴, 이러한 대오각성도 그 효과가 불과 하룻밤에 지나지 않는데..

보다 간소하고 단순하게. 아마도 이게 법정 스님의 좌우명이 아닐까. "우리가 행복하고 보다 뜻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 것인지, 자신의 분수와 처지에서 냉정하게 생각을 가다듬어야 한다." "행복의 비결은 우선 자기 자신으로부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일에 있다." '적게 가질수록 더욱 사랑할 수 있다."

마지막 문구가 나의 가슴을 절절히 때린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지 이십년이 되었다. 첫음반을 구입한지는 십오년 정도일까. 그때는 부족한 용돈을 아끼고 아껴서 겨우 레코드 한 장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것도 매장에 가서 들었다 놓았다 하기를 수십번이나 망설이면서. 살며시 바늘이 판에 내려 앉으면서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음의 향기. 한번 사면 적어도 열번을 되풀이하여 감상하였으며, 해설지도 꼼꼼히 숙독하였다.

직장인인 요즘 아무래도 자금사정이 넉넉한 탓에 평균 한달에 십여장 이상의 CD를 구입한다. 직접 매장에 가서 사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대개는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오디오도 과거와는 비할데 없이 고가이고 뛰어나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도 응당 늘어나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다. 음악에서 순수한 감동의 눈물을 흘린 적이 언제적이었던가. 과시하기 위하여 음반을 구입하는 것은 아닐까 자문하곤 한다.

그가 세상사에 초연한채 암자에 은둔하고 있지는 않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에 비통함을 드러내며, 각박하고 비인간적인 현대사회의 냉혹함과 무자비에 혹독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유한한 인간이 어떻게 무한한 경쟁만을 치르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고? 이류 삼류로도 얼마든지 살아남아 왔다."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있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있지 않고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워졌느냐에 있다." 우리는 지식의 많음을 자랑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법정 스님의 글은 평이함 속에 깊은 함의를 통해 되새길수록 심오한 맛이 우러나오는 좋은 글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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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4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4.4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