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6 (양장) - 셜록 홈즈의 회상록 셜록 홈즈 시리즈 6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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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셜록 홈즈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물론 이후에도 후속작이 있지만, 이는 셜록 홈즈의 최후를 인정하지 못하는 독자들의 맹렬한 요구에 저자가 항복한 결과이므로 저자의 애초 의도와 구성을 존중한다면 이것을 최후의 작품이라고 인정하는 편이 옳다고 본다.

전작들과는 달리 여기에서는 홈즈의 개인사를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자주 등장한다. '글로리아 스콧호'를 통해 탐정에 뛰어든 계기를 밝혔으며, '머즈그레이브 전례문'에서는 그의 첫 탐정수사를 드러내고 있다. 이 모두를 통해서 그의 대학시절의 편린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더우기 '그리스어 통역관'을 통해 드디어 그의 가족관계도 알게 된다. 그의 형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내게 이러한 면모는 흥미와 아울러 코난 도일의 작가적 상상력이 한계에 도달하였음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증표이다. 작가는 셜록 홈즈의 천재적인 수사기법을 흥미진진하게 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비슷비슷해서는 금방 싫증을 유발하기 쉽다. 이러한 고초의 산물이 결국은 후반부에 올수록 사건 그 자체보다는 부수적 흥미거리에 의존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마지막 사건'에서 셜록 홈즈는 모리어티 교수와 폭포 속으로 떨어졌다. 홈즈에 의하면 모리어티 교수는 범죄의 천재이며, 거대 범죄조직의 수괴라고 한다. 그런 그의 이름이 언급되는 사건은 단 2편이다. '공포의 계곡'과 '마지막 사건'이 그것이며, 그나마도 모리어티 교수의 직접적 범죄 행각을 다루고 있지도 않다. 셜록 홈즈와 대등하게 실력을 겨룰 존재라기에는 비중이 너무나 작지 않은가 하는 의아심마저 자아낸다. 아마도 작가는 모리어티 교수와 셜록 홈즈간의 기나긴 혈투를 다루었을 의도였지만, 창작력의 고갈과 셜록 홈즈의 그늘에서 자신을 구출하기 위하여 두 인물을 모두 버리는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통하여 유명해 졌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참다운 삶은 홈즈 때문에 상실되고 말았다. 난 새삼 코난 도일에게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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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4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9.30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