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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과 필연]
최근 경영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브랜드 네이밍의 원리를 작가들은 진작에 깨우친 듯 싶다. 고금의 명작을 훑어보면 표제에서 풍기는 묘한 암시와 흥미가 독자의 눈길을 두번 사로잡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타이틀에서 벌써 절반은 먹고 들어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얼마나 형이상학적이면서도 독자의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목인가.
쿤데라의 초기작인 <농담>에서 파악했듯이 그의 주요 작품 모티브는 농담, 실수, 우연 등이다. <농담>에서는 농담이었고, 이 작품에서는 그 역할을 '우연'이 대신한다.
토마스가 테레사와 개인사적 조우를 한 것은 무려(!) 여섯번의 우연이 거듭된 결과이다. 본인의 말마따나 마침 외과과장의 건강만 좋았더라면, 그 호텔에 묵지 않았더라면, 기차시간을 맞추었더라면 결코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섯번의 우연 덕택에 그들은 일생을 같이하는 끈에 연결되었고, 이것이 그들의 생을 이끌었다.
토마스는 바람둥이다. 그가 여성관리에서 예외를 인정했던 것이 테레사였다. 글쎄, 테레사가 사비나보다 토마스에게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게 나의 견해다. 어쨌든 그는 테레사를 선택했고, 사비나는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프라하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토마스와 테레사가 프라하로 돌아갔던 것과 대비된다.
그들의 삶이 행복했었는지는 캐묻지 말자. 적어도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던 것으로는 보인다. 토마스와 테레사가 필연의 짐을 버리고 우연의 가벼움을 받아들였다.
인간의 생이란 참으로 우연적 현상이다. 무수한 많은 가능성 중에 하필이면 바로 이것이 발생한 것은 필연(선택)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또한 우연인 것이다. 우연이 하나, 둘, 셋, ... 이렇게 쌓여서 보편성과 타당성을 획득하여 필연으로 전화한다. 그것이 인간의 역사다.
인간의 역사와 개인의 존재는 우연으로 구성되었고, 우연은 천체의 무중력상태만큼이나 가볍기 그지없다. 찰나적 가벼움에서 우주적 무거움이 배태되었다.
그대라면 존재의 가벼움(우연성)을 참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