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버지니아 울프 지음 / 서원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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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버지니아 울프가 내 귀에 다가왔던 기억은 시인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가 처음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후 몇년이 지나서 교과서에 실린 수필에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접하게 되었다.

간만에 서가를 훑어보던 중 발견한 이 책은 그 시절의 감흥을 상기시킨다. 새삼스레 책에 대해 미안한 감정마저 생긴다. 벌써 십여년 동안이나 방치했으니까.

버지니아 울프란 작가를 나는 오해했다. 그저 섬세한 필치로 신변잡기적인 소재로 독자의 낭만적 감정에 호소하는 유형으로 지레짐작했는데, 읽고난 소감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소위 의식의 흐름 기법의 명작이라는데, 줄거리도 없고 썩 재미있지도 않다.

대하소설이나 극적인 사건 전개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몇 장 넘기지 않고 곧바로 덮고 말 것이다. 등대여행을 가려다가 못 간 날로부터 십년 후에 비록 일부가 빠졌지만 등대로 간다. 이게 스토리의 전부니까.

'등대'는 현실상의 등대 자체를 가리킬 뿐더러 미묘한 암시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등대 불빛이 어둔 바다를 비쳐주듯이 등대로 가고자 하는 바램과 집념은 뿔뿔이 흩이지고 파편화되어 갈등을 겪고 있는 가족간에 밝은 빛을 던져주고자 하는.

가정에서 아버지의 존재의의와 역할에 대해 많은 변화가 있다. 전에는 가장으로서 지고의 위엄과 권위를 가지고 자식들이 함부로 범접할 수 없었고,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작품속의 램지 교수도 그러했듯이. 하지만 자식들은 경외와 동시에 완고함과 억압에 명렬한 적개심을 품는다. 더구나 아버지와 자식간에는 자연스런 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 십년이란 시간동안 램지씨 일가에서는 부인이 죽고, 장녀도 출산중에 사망하고, 장남인 앤드루도 전쟁터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돌아온 별장에서는 늙은 램지씨가 딸 캠, 막내아들 제임스를 억지로 끌고 등대로 향한다.

나룻배 안에서 램지씨와 딸, 아들간에는 극복할 수 없는 단절의 벽이 가로막혀 있다. 그리고 배가 점차 등대로 다가가면서 비로소 점차적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며, 그들간에 불화와 단절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때마침 릴리도 램지부인과 화해하고 그림을 완성한다.

가족간, 사람간 이해와 배려와 존중의 결여와 부족때문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오해와 충돌이 빚어지는지 모른다. 따뜻하고 진실된 이해를 통하여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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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8.14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