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살림지식총서 56
최광식 지음 / 살림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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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던 듯 싶은데, 국회에서 몇몇 국회의원들이 간도가 우리땅이라는 결의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래서 썩어빠진 연못에서도 연꽃이 피는 신기함을 느꼈었다.

한데 오늘 뉴스에 듣자 하니, 정부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현영토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였다고 한다.

상반되는 소식을 바라보는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의 좌표가 눈에 보이는 듯 싶어 한편으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현시점에서 간도가 우리땅이라고 골백번 우겨봐도 아무 효과가 없음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조선말에 일본과 청이 제멋대로 간도협약을 체결하여 간도를 넘겨주었음을 국사시간을 통하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구는 남의 땅임에도 자기거라고 우기는데, 자기땅도 내것이 아니라고 손사레를 친는 작태라니.

그것은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일환인 고구려사 왜곡과도 맥이 닿아 있다. 비록 이 책이 최근의 한중 양국간의 구두약속 이전에 발간되어 문제제기에 그치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명백히 지적하는게 있다.

즉, 고구려사 왜곡은 순수한 학문적 목적이 아니라 치밀한 정치사회적 의도를 가지고 진행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만주지역의 조선족의 정체성을 중국인으로서 한계지우려는 것이며, 정치적으로는 현국경선을 유지한 상태에서 유사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함이다.

그들에게 고구려는 일개 변경정권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국인이라면 고구려가 떠올리는 회한은 이루 억누를 수 없다. 오죽하면 신라의 삼국통일을 거부하고 남북조시대라고 칭하며, 신라의 통일은 외세를 끌어온 반민족적 행위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근자에 들어서 드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약소국이라는 처지에 스스로 위축되어 강력한 일갈을 후려치지도 못하는 슬프디 슬픈 자화상이다. 자기 존재의의마저 상실당하는 판국에 신중한 외교적 이해득실을 고려한다는게 무슨 해괴한 변명인지. 정말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비하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는다.

글로벌시대라고 해서 국어와 국사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 자기나라 말도 정확히 구사하지 못하면서 수개 외국어를 한다는게 큰 의미가 있을까. 내 뿌리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도록 하면서 중국의 역사 왜곡에 분개하고 항의하는 현상이 눈물나도록 우습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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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9.7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