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이순신 3 - 폭풍 전야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 8권 중 제3권에서는 드디어 이순신이 전라좌수사에 부임한다. 그리고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경상우수사 원균이 패주하는 것으로 일단락한다.

이순신이 정읍현감에서 순식간에 몇등급을 거쳐 전라좌수사에 부임한 것은 매우 파격적인 인사발령이다. 기업의 경우라면 대리에서 일약 이사로 승진한 셈일까. 류성룡은 이순신이 너무나 필요했다. 그래서 반대파를 무릅쓰고 강수를 둔 것이다. 만약 이순신이 실패하면 류성룡도 정치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조선시대에서도 피추천자의 과오는 추천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관행이 있었다.

발탁인사에는 의례 불만이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조직일수록 더욱. 그런 점에서 전라좌수영에 속하는 장수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반발한다. 타부서의 하급자가 자신의 상급자로 영전오니 누군들 좋아하겠는가. 따라서 이순신이 어떻게 전라좌수영을 장악하고 강군으로 거듭나도록 만들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순신하면 곧 거북선이 연상된다. 이제 왠만한 사람이라면 거북선이 이순신이 순수한 창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순신 혼자서 거북선을 고안하고 제작한 것도 아니었다. 요즘도 조선은 엄청나게 규모가 크며 기술과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따라서 거북선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 무수한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우리는 이를 간과하고는 한다.

이상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나는 이순신이 정말로 위대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류성룡의 말처럼 勇將은 여럿 있다. 원균, 이일, 신립 등. 하지만 치밀한 계책과 만반의 준비 없는 용맹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이순신은 바로 智將 이었던 것이다. 국민병법서인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위태롭지 않다'라고 하였듯이 이순신은 적을 알고자 노력했고 위태롭지 않은 싸움을 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고뇌하였다.

선조의 일본정복 야망은 한마디로 생뚱맞다. 바로 '나를 알지'도 못하는 한심한 형편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모습이다. 중국의 전통적인 華夷觀에 물들어서 군자를 구하는 조선에게 어찌 오랑캐 왜놈 따위가 상대가 되느냐는 일갈이 가소롭기 그지없다. 성인군자는 총칼도 비껴가는 모양이다.

허구인 소설에 지나친 의미와 해석을 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하겠지만, 역사소설은 史實을 뼈대로 구성된다. 따라서 허구에서 상사하고 유추하여 역사를 재평가하고 이해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讀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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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5.1.20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