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 사라져가는 토종문화를 찾아서
이용한 글, 심병우 사진 / 실천문학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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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기아의 질곡을 벗어나기 위하여 과거 우리는 몸부림치면서 투쟁적인 삶을 꾸려왔다.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보릿고개'는 잊혀진 시절이 되었고,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무역대국이자 경제적 성공의 표본이 되었다.

하지만 만사가 그렇듯이 빛에는 그림자가 따르는 법. 급속한 산업화와 서구화에 따라 우리의 물질적 정신적 토대는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이제는 자본주의의 물신화에 깊이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양태에서 우리에게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뇌리를 스치곤 한다. 문득 뒤돌아보니 우리는 벌써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것은 아니었던가.

이 책에서는 시인과 사진가가 콤비가 되어서 스러져가는 '장이'의 모습을 때론 애절한 문구로 또는 환상적인 영상으로 비쳐주고 있다. 숯장이, 대장장이, 짚신장이, 모시장이, 쪽물장이, 옹기장이 등 하나하나가 지금은 대량생산의 시장에서 구석에 몰려서 존명의 기로에 서있는 전통문화의 한 자락들이다.

도시에서 자라난 내게 있어 이들의 삶과 토종에의 애착은 진한 감동과 아울러 애틋함마저도 자아낸다. 인공적인 획일화의 풍토에서 자연친화적인 따스한 인간적 감성이 배어있는 이들 문화가 꿋꿋하게 존속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방법은 없을까. 대다수의 장이들은 이미 육, 칠십을 훌쩍 넘겨버렸다. 이들이 사라진다면 그대로 우리의 소중한 유산도 사멸하고 만다.

그렇다고 의무적인 부채감으로 내키지 않는 양심의 갈등에 시달릴 필요는 없으리라. 진정 과거의 유물이 되어서 오늘날 우리에게 불필요하다면 자연도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의 무관심에 의해서 아니면 무지 때문에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방치되고 있다면 그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숯의 효능이 전해지는 등 점차 토종문화의 우수한 품질과 기능이 세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 책이 잊혀지는 유산을 되살리는데 일조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사진작가의 절묘한 아름다운 영상은 책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16쪽의 대장간 사진을 보기바란다. 얼마나 환상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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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11.29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