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마을 솜씨기행
이용한 지음, 안홍범 사진 / 실천문학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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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首丘初心)은 비단 여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점차 나이가 들수록 옛적을 회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리고 사회도 마찬가지다. 원형에의 회귀본능이라고나 할까. 현대사회는 변화와 새로움을 숭상한다. 낯설음과 신선함 속에 마치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는 양. 어떤 커피 광고의 CF가 떠오른다. 대충 "일에서는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생활은 익숙함을 구한다"라는 내용의.

이 책은 바로 잊혀져가는 우리 것을 소개하고 재발견하는데 의의가 있다. 계절별로 구분하여 22개의 마을(실제로는 더 많다)과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가는 방법까지도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이쯤되면 요즘 하나의 트렌드가 된 웰빙여행 류의 책이 아니냐고 항의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다소 저자가 서운해 할 것이다. 저자는 이미 <꾼><장이>등 소중한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나는 이들 마을 중에서 아직 한 곳도 가본 적이 없다. 그저 담양 죽물마을과 진부령 황태마을을 스쳐지나간 기억 밖에는. 세상이 빠르고 편리함만을 지향하면서 여기에 소개된 솜씨마을의 솜씨는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솜씨란 것이 책에 기록한다고 해서 보존되는 것은 아닌 법. 배우는 사람이 없기에 연세드신 장인들과 더불어 솜씨의 운명도 눈앞에 바싹 다가와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수요공급의 법칙이 적용됨은 어찌할 수 없는 법. 갈옷이니 모시, 안동포 등 입성과 복조리, 죽물, 짚신 등 민예품은 이제 장식용 또는 특수한 용도로 밖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수십년후 우리의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의 미와 다양성을 가르쳐 줄 역사적 자산을 상실했음을 뒤늦게 깨닫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말아야겠다. 다행히 참살이(웰빙) 유행과 관광산업의 확대에 따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미약하나마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내 작은 소망은 부디 이것들이 조금더 대중화되어 저렴한 가격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한다.

꾸준히 좋은 책을 우리앞에 내놓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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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12.5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