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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기행 1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실크로드 기행문 두번째. 박재동이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한겨레신문의 시사만화를 그렸다고 하니 적어도 한두번 정도는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여느 기행문과는 다른 것이 글월과 아울러 만화 스케치가 삽입되어 있어 색다른 감흥을 자아내는 동시에 글 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독특한 정취를 시각적으로 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단 그림은 좀더 접근이 용이하고 쉽지 않겠는가?
흠, 그래서 일단 호감이 갖고 책장을 펼친다. 애니메이션 '바리공주'의 취재여행 겸하여 간 모양이다. 장선우 감독, 그런데 이런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었던지 영 기억이 없다. 아직 구성중이거나 아니면 흥행에 참패했던지...
일정상 중반부 우루무치까지가 내 주된 관심이지만, 워낙에 책이 흥미진진해서 끝까지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율두스 초원이나 바양블라크 호수 등은 완전한 미지의 세계이다. 느긋한 일정 덕택인지 주마간산과는 다른 보다 깊은 사색과 체험을 간접 경험할 수 있어 유익하였다.
나를 포함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글을 쓸때, 어떡하면 잘나보이고 기품있고 그럴듯하게 타인의 시선에 비칠까 고심한다. 그래서인지 결과적으로는 천편일률적인 문체와 내용, 섣부른 감상등이 배어있어 나 아닌 남의 눈에는 졸렬하게 판단되고 만다. 하지만 박재동은 다르다. 그는 잘난체하지 않는다. 물론 그도 우쭐대고 싶겠지만, 글의 정서상 그의 잘난체는 평범한 소시민의 허장성세로 비쳐져 웃음을 자아낸다. 이주일이나 심형래가 코미디에서 비범한 인물역을 할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하면 그에게 실례일까?
또한 그의 글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마치 옆에 사람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술술 풀어가듯 격식없이 허심탄회하게 일상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들려주고 있다. 때로는 속마음을 토로하는 듯 시샘과 적당한 감상을 섞어서. 그래서 얼마간의 가벼운 심경으로 넘기던 페이지는 가끔씩 허를 찌르는 진지함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것은 맨 마지막 부분의 바양블라크 호수에서 듣게 된 눈먼 소년의 노래가락에서 절정에 달한다. 워낙에 아름답게 기술한 내용에 이끌려서 알려준 인터넷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들어보기조차 하였다. 물론 기대와는 달리 내게는 그리 바싹 다가오지는 않는다. 역시 나도 세속의 때가 묻어 이런 보물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쩝쩝.
가벼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실크로드 여행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재미가 있는 여행기. 글과 그림이 한데 시너지효과를 발하는 여행기를 원한다면 한마디로 딱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울러 애니메이션 '바리공주'는 어찌 되었는지? 아, 그리고 제2권은 아무래도 내 여행이 끝난후에나 펼쳐볼 수 있다는 점이 아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