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전집
김용직 엮음 / 깊은샘 / 200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까마득한 날에 // 하늘이 처음 열리고 //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 ...
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누구나 아하!하고 무릎을 칠 정도로 유명한 시의 일부다. 이육사, 2004년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 <이육사전집>이 발간되었다. 전집이라고 해봐야 겨우 단행본 한 권 분량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육사 그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위의 시 ‘광야’ 뿐만 아니라 ‘절정’ ‘청포도’ 등 교과서에 무려 세 편이나 실렸던 시인이다.

또한 이육사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호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에 선생님이 가곡을 작곡을 해보라는 과제물을 내주었을 때 내가 선택한 시는 이육사의 ‘子夜曲’이었다. 유치한 시절의 추억이지만.

전집에는 그의 시 외에도 각종 산문과 평론 등이 실려있다. 이로써 우리는 이육사가 시의 세계에 국한되어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발견한다. 그는 일제치하의 대표적 저항시인이라고 일컬어지지만 사실 그동안 그가 도대체 구체적으로 무슨 저항운동을 했는지는 잘 알지 못하였던 상태였다. 이제 그의 행적과 연보를 보니 그가 얼마나 광복을 위해 노심초사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육사의 대표 분야는 물론 시다. 그가 독립투사이고, 그의 대표시가 저항시라고 해서 모든 시작품을 그렇게 보지는 말자. 극한의 상황에 처할수록 오히려 마음은 담담해지는 법. 아직 강철같은 시련을 맞이하기 전에도 아니면 칼날위에서 섰어도 그는 ‘한개의 별을 노래하자’고 소리높여 외칠 수 있다. ‘꽃’을 노래하는 나긋나긋한 감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도 썼지만 제법 볼만한 것은 사실 수필이다. ‘계절의 오행’을 보면 그는 시를 쓸지언정 유언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에게는 오직 행동의 연속만이 있을 따름이라고 토로한다.

무엇보다도 의외였던 것이 문화평론과 시사비평이다. 그가 중국문예사와 시사에 그리 밝을 줄을 미처 알지 못하였다. 그는 한학과 중국어에도 능통하였다고 하니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토록 집중적으로 중국 사정을 소개하는 것은 우리의 자존을 지키기 위하여 중국의 현상이 중요한 탓이리라. 이로써 나는 이육사가 단순한 시인과 독립투사를 넘어서 탁월한 그릇이었음을 깨달았으니 만시지탄인가. 그는 차디찬 옥사에서 해방을 얼마 안 남기고 한을 품은채 이승을 떠났으니.

이 책을 재미로 읽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사실 그의 글을 재미로 접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럽다. 그래도 시와 수필에서는 그나마 여린 그의 면목을 대할 수 있으니 무뚝뚝함을 원망하지는 말자.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근대나무 2011-11-1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5.8.2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