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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3
오승은 지음,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서유기에 나타난 야수성]
서유기는 아동용이 아니라 성인물이다. 야하다는 면에서가 아니라 잔인하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각종 요괴들의 잔인성 내지 야수성은 충분히 당연하다. 어쨌든 그들은 서역으로 향하는 삼장법사를 잡아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이 제3권에도 그런 장면이 등장한다. 일행을 곤경에 빠뜨린 '황포 요괴'는 장인(?)의 궁정에 미남자로 가장하여 인사를 드리고 잔치상에서 본색을 드러낸다. 술에 취해 시중들던 시녀를 한 명 우드득 안주삼아 뜯어먹은 것이다. 이야기꾼이 이런 장면을 아이들에게 실감나게 들려준다면 다들 뒤로 자빠지지 않았을런지.
그렇다면 주요 등장인물은 어떨까. 삼장법사야 예외적 존재이다. 사오정과 저팔계는 구체적인 행적이 드러나지 않아 판단이 어렵다. 반면 손오공은 역시 대요괴로서 면모가 확실하게 묘사된다.
스스로의 말을 통해 손오공은 "사람고기가 먹고 싶어지면...쪄먹기도 하고 삶아먹기도 했지요. 고기를 그늘에 잘 말려두기도 했지요"라고 삼장법사에게 웃으며 말한다. 또 삼장법사에게 추방된 후 화과산으로 돌아와 원숭이 사냥꾼 천여명을 일거에 몰살시켜 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생명들을 끝장내버렸구나"하고 손뼉을 치고 크게 웃는다.
결국 손오공은 각종 만화와 영상에서 조작한 자그마한 귀엽고 재미난 존재가 아니라 입으로 피를 뚝뚝 흘리는 사나운 야수성을 지닌 요괴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괴가 개과천선을 하고 서역으로 삼장법사를 수행하며 야수성을 버리고 정과를 찾는 것이 중요한 핵심이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채 작품을 접한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또 한가지 저팔계라는 존재의 급격한 타락이다. 처음 저팔계가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비록 몸은 축생을 타고났지만 천성은 천봉원수로서 그대로 지니고 있는 듯하였다. 하지만 여기 제3권에 접어들면서 저팔계는 완전히 '멍텅구리'로 낙인찍히고 모든 문제의 사단이 되고 있다. 오로지 식욕과 색욕만을 가진 이기적인 비열한 존재로서. 그로 인해 손오공은 쫓겨나고 사오정은 요괴에게 포로가 된다. 극적 흥미를 위한 극단적 인물설정이겠지만 솔직히 부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