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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답을 알고 있다 2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수년전의 일이다.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오더니 무슨 세미나인지 학회인지에 대하여 문의하였다. 이런 일이 이따금 있는지라 별로 의아해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제목을 묻는데 '물은 알고 있다'라고 하던가 왜 이리 귀에 낯선지 재차 묻곤 하였다. 제목도 모르는 마당에 장소와 시간 등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그래서 모르겠으니 다른데 알아보라고 한 후 전화를 끊은 적이 있다.
그 후 동일한 제목의 책이 국내에 출판되어 나름대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들었지만 내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그런 많은 유형의 책들에 하나일뿐. 이제 우연한 기회에 그 속편 격이 <물은 알고 있다 2>를 보게 되었다.
200쪽 정도의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사진도 심심치 않게 포함되어 있고 문장도 평이하게 서술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물은 무슨 답을 알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전작에 상세히 나와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그 다음에 대한 내용을 전개하고 있는 듯하다. 전작의 외연적 확장이라고 할까.
솔직히 순수한 내용은 간단하다. 물은 환경과 장소, 상황에 따라 결정구조가 달라진다. 또 좋은 말과 애정어린 말을 들으면 아름다운 결정구조로 바뀐다. 좋은 결정구조는 물을 깨끗하게 정화한다. 고로 깨끗한 물을 유지하기 위하여 아름다운 마음과 말을 사용하면 자연을 아름답게 유지하고 나아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세상도 평화롭고 아름답게 될 것이다라는둥...
갑자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마음속에 떠오른다. 전혀 엉뚱하지만은 않다. 적용 분야는 다르더라도 그 근본원리는 동일하니까.
사실 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외면하지 못한다. 인간 몸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고, 한 달을 굶어도 살 수 있으나 물없이는 단 일주일도 못버틴다는 등의 내용은 이미 상식화되어 있다. 따라서 좋은 물, 깨끗한 물에 대한 갈망은 수돗물을 믿으라는 정부의 효력없는 설득을 외면한 채 무수한 생수업체가 난립하는 근본 동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철학적 의미에서 보더라도 물의 가치는 대단한 것이다. 바슐라르처럼 '촛불'의 미학에 주목한 사람도 있지만, 그 깊이와 폭에서 '물'의 철학의 진정한 전도사는 아마도 노자가 아닐까. 물은 고정된 형체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세상에 더할 수 없는 복을 베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공덕을 자랑하지 않고 항상 낮은 곳에 임하여 있다. 그러기에 노자는 도에 가장 가까운 존재가 물이라고 하였다.
이 책의 내용 자체보다도 중간에 삽입된 물 결정구조의 사진이 보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상류와 하류의 결정구조 차이가 말해주는 것,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이 물에 미치는 차이 등 물은 결코 죽은 존재가 아니라 살아 있으며, 인간이 자연에 무엇을 말하고 있으며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큰 기대를 갖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가볍게 훑어본다면 조금이나마 의식에 신선한 자극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