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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36
황제 지음, 이창일 옮김 / 책세상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황제내경>은 어려운 책이다. 기본적으로 동양의학서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맥을 짚는 법, 침을 놓는 법 등 일반독자로서는 불필요한 내용도 많이 있다.
그리고 방대하기조차 하다. '소문'편이 3권, '영추'편이 2권으로 나와있다. 어렵고 방대한 책을 눈앞에 들이대고서 그냥 고전이니까 읽으라고 한다면 누가 좋다고 할까? 그래서 이렇게 입문본 내지 요약본이 필요한 법이다.
오랫동안 <황제내경>에 주목하였다. 실용적 관점보다는 근저에 흐르는 동양사상의 깊은 맥락을 이해하고 싶었다. 음과 양을 주축으로 한 오행론에 입각한 동양의학은 현대에도 여전히 그 효과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 뿌리가 <황제내경>이다. 그래서 김용옥은 한의대에 들어가 한의사로 개업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수천년 동안 동양의학의 뼈대는 변하지 않았다고 하며 해설부분에서 역자는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언급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그 말은 고리타분한 인상을 주기도 하며, 동시에 진리는 통시대성을 지닌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일상생활 어디에서도 음양오행은 쫓아다닌다. 산모가 출산일과 시각을 좋은 때로 맞추어 정한다. 이사할 때 길일을 정한다. 결혼날도 역시 길일을 택한다. 매년 토정비결로 운세를 점치고, 관상이나 손금은 어디서나 흔하다. 결혼을 앞둔 짝은 사주와 궁합을 본다. 묘를 쓸때 풍수지리는 어떠한가. 길가와 찌라시신문에 도배하는 철학관은 더욱 맹위를 떨친다. 한의학을 이 부류에 포함시킬 수는 없지만 그 근본이 완전히 다르다고 떼쓰는건 억지다.
<황제내경>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소문'은 일반이론이다. '영추'는 실제시술 방법론이다. 동양의학도는 후자에게 큰 관심이 갈 법하지만, 나같은 문외한이자 평범한 독자는 소위 동양의학의 기본정신을 이해하기 위하여 '소문'편이 흥미가 간다.
이 책은 전체적인 내용을 재편집하여 초입자가 비교적 용이하게 <황제내경>에 접근하도록 돕고 있다. 그렇다고 소설마냥 재밌거나 하지는 않으니 과도한 기대는 금물.
언제 기회가 닿으면 <황제내경 소문>전체를 공부하고 싶다. 인간과 자연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같은 대지에서 동일한 기의 운행에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이다. 그 정신이 20세기 후반부터 사회적 병폐에 허덕이던 서구권에 새로운 빛을 던져주어 역사의 퇴물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에서 생생하게 숨쉬고 있는 연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