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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데니스 도에 타마클로에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평점 :
나는 아프리카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 사람은 내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1.'동물의 왕국'. 사자가 낮은 초원 풀숲을 웅크리며 살금살금 다가가다가 돌연 전력질주하여 짧은 추격 끝에 먹이감을 낚아챈다. 이윽고 사자 일가족의 피비린내나는 식사가 벌어진다.
2.세계사 시간. 세계4대문명인 이집트문명이 짤막하게 소개된다. 그리고 파라오와 피라미드, 미라. 그후 아프리카는 없다. 소위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 사람이 희망봉을 돌았다는 내용이 나올 때까지는. 이어 제국주의의 탐욕 아래 아프리카는 갈갈이 찢긴다.
3.최근의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고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어 흑백화해에 노력한다. 한편 르완다의 인종 대학살 뉴스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기아에 허덕이는 난민의 처참한 장면이 뒷따른다.
이상이 내가 기억하는 아프리카의 전부다. 대다수의 다른 사람들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생각된다.
광복 이후 우리 민족이 겪어온 숨가쁜 개발도상에서 저앞서있는 지향점은 서구문명, 특히 미국 자체였다. 우리의 은인이자 주인이며 모든게 찬란하게 빛나는 환상의 국가. 그래서 아직도 잠재의식 속에는 백인종에 대한 무의식적 존중이 자리잡고 있다. 반면 황인종과 흑인종은 상대적으로 열등한 종족이다. 특히 흑인에 대한 암묵적 멸시와 차별은 우리사회에도 뿌리깊이 박혀있다. 이유는? 없다. 단지 그들이 피부색이 하얗지 않다는 것 외에는.
오늘 처음으로 아프리카의 역사를 읽는다. 아니, 이건 엄밀히 말하자면 역사서라고 하기는 어렵다. 제대로 된 역사서가 언제쯤 발간될지는 미지수다.
저자는 독일인 작가인데, 수년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순수 역사라기보다는 아프리카의 역사를 주체적 방향에서 서술하는 첫 시도라고 하겠다. 그동안의 아프리카사는 서양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월적, 식민사관으로 뒤덮였다고 비판하면서.
처음 태어난 대륙이 아프리카이며, 인류가 처음 등장한 것도 아프리카이다. 즉 아프리카는 문명과 인류의 모태이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기억보다는 슬픔과 고통의 기억만이 가득차 있다. 이것은 아프리카인만의 잘못인가? 소위 사회진화론에 의하여 열등한 민족과 문명은 이렇게 지배받고 도태되어야 하는 것이 정당한 모습인가?
유럽인의 침략으로 빚어지기 시작한 아프리카의 붕괴는 어째 미국의 인디언 말살과 깊은 유사성을 지닌다. 그들이 상륙하기 전에는 나름의 규칙과 문화를 갖고 수많은 부족과 종족들이 큰 문제없이 조화롭게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리고 최초로 등장한 이방인, 처음에는 겸손한 척 하면서 발붙일 공간을 얻는다. 이어 점점 수와 영역을 늘리면서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이어 전면적인 지배와 학살. 차이점이라면 어쨌든 아프리카는 오늘날 살아남은 반면 아메리칸 인디언은 이류인간으로 여전히 억압에 눌려지낸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에 대하여 모두 남을 탓할 수도 있지만, 옛부터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하였다. 항상 끄나풀, 앞잡이 등이 있게 마련. 그들의 협력이 없다면 그리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치 구한말의 오적(五賊)의 역할처럼.
여전히 아프리카는 어둡다. 수많은 부족갈등이 어떻게 원만하게 조율될지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만연한 에이즈로부터 인명을 구할 국내적,국제적 연대가 이루어질지 의심스럽기조차하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존재이다. 누구나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희망한다. 그 희망을 도와주지는 못할지언정 찬물을 끼얹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자꾸만 우리는 과연 당당한가 자문하게 된다. 유색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는 따가운 지적은 가슴새겨야 한다.